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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원 · 8차시

정답이 없는 회의
딜레마를 토론해 우리 반 규약으로

앞의 일곱 차시에서 우리는 계속 숫자를 만들었습니다. 넘긴 데이터 항목, 오경보 건수, 소나무 그루 수, 업무 자동화 점수, 확신도와 정답률의 어긋남, 집단별 오탈락률. 오늘은 그 숫자를 들고 회의를 엽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면 종이 한 장이 남아야 합니다.

성취기준 12인기03-04 성취기준 12인기03-03
대한민국 인공지능 윤리원칙세 주체 책임의 공백딜레마 다섯 걸음 양극단비학급 규약
🎯 학습 목표
  • 「대한민국 인공지능 윤리원칙」의 3대 가치와 7대 원칙을 들어, 개발·공급자 · 이용자 · 정부의 책임이 어디서 끊기는지(책임의 공백)를 사례로 설명할 수 있다.
  • 딜레마를 다섯 걸음으로 분석해, 앞 일곱 차시에서 내가 직접 계산한 숫자를 근거로 대며 토론하고, 상대 근거를 받아 내 결론을 고칠 수 있다.
  • 모둠 합의문을 누가 · 언제 · 무엇을이 든 문장으로 바꿔 학급 규약을 만들고, 무엇을 포기했으며 그 대가를 누가 지는지를 함께 적을 수 있다.
🤔

여는 장면 — 회의는 끝났는데 남은 것이 ‘조심하자’ 한 줄

어느 학교에서 인공지능 사용에 관한 학급 회의를 열었습니다. 사십 분 동안 아주 열심히 이야기했고, 목소리도 높아졌고, 좋은 말이 많이 나왔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칠판에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 칠판에 남은 문장

“우리는 AI를 조심해서 사용하자.”

다음 주에 이 문장을 지킨 사람이 몇 명이었을까요? 아마 아무도 지키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에는 누가 해야 하는지가 없고, 언제 해야 하는지가 없고, 무엇을 하면 지킨 것이고 무엇을 하면 어긴 것인지도 없습니다. 좋은 마음만 있고 행동이 없습니다.

실습실 책상에 모여 이야기하는 고등학생들
오늘 수업의 대부분은 이 장면입니다. 사십 분 가운데 스물네 분을 여러분이 말하는 데 씁니다. 다만 목소리만 오가고 끝나지 않도록, 말할 때 지켜야 할 규칙 하나를 겁니다 — 반론에는 앞 차시에서 직접 계산한 숫자를 하나 이상 넣어야 합니다. 출처: Harrison Keely, Wikimedia Commons (CC BY 4.0)

이 단원이 일곱 차시 동안 만든 것은 사실 이 회의를 위한 준비물이었습니다. 1차시에서는 하루에 넘긴 데이터 항목을 세었고, 2차시에서는 정확도가 높아도 사람 수를 곱하면 오류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 재었습니다. 3차시에서는 전기와 탄소를, 4·5차시에서는 업무 단위 자동화 점수를, 6차시에서는 확신도와 정답률의 어긋남을, 7차시에서는 집단별 오탈락률과 공정성 정의 셋을 다뤘습니다. 이 숫자들은 답이 아니라 논거입니다. 답은 오늘 여러분이 만듭니다.

💭 오늘의 물음

이 사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킬 것이며, 그 결정의 대가는 누가 지는가?
그리고 그 답을 다음 주에도 지킬 수 있는 문장으로 어떻게 적을 것인가?

미리 말해 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 수업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교과서가 “얼굴인식 출입은 안 된다”거나 “채용 인공지능은 괜찮다”고 정해 주지 않습니다. 대신 이 단원은 판단을 잘하는 법을 하나만 가르칩니다 — 무엇을 포기했는지 말할 수 있어야 결정이다. 포기한 것을 말하지 않는 주장은 결정이 아니라 소원입니다.

1

우리가 기댈 문서 — 「대한민국 인공지능 윤리원칙」

토론에서 “그건 옳지 않다”고 말하려면 무엇에 비추어 옳지 않은지를 대야 합니다. 그 기준을 매번 각자 새로 만들 수는 없으니, 사회는 공통 기준을 문서로 적어 둡니다. 우리나라의 그 문서가 「대한민국 인공지능 윤리원칙」입니다. 2026년 8월 21일 제1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되어 8월 24일에 공개되었습니다. 바탕이 되는 3대 가치와, 그 가치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7대 원칙으로 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인공지능 윤리원칙」 (2026. 8. 21. 확정) 3대 가치 — 무엇을 위해서인가 인간의 존엄성 사회의 공공선 인류의 지속가능성 7대 원칙 — 인공지능의 모든 단계에 적용하는 공통 기준 인간중심성 프라이버시 보호 공정성 · 포용성 책임성 안전성 신뢰성 투명성 ‘공정성 · 포용성’은 하나의 원칙이다 벌칙이 있는 규제가 아니라 ‘자율규범’ — 정부 · 기업 · 이용자가 함께 지키기로 한 약속이다
3대 가치와 7대 원칙. 원칙은 여덟이 아니라 일곱입니다 — ‘공정성·포용성’이 갈라진 둘이 아니라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도참고자료(2026-08-24)

여기서 한 가지를 눈여겨봅시다. 이 문서는 벌칙이 붙은 법이 아닙니다. 어겼다고 잡아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왜 만들까요? 법은 이미 벌어진 일을 뒤에서 다루지만, 원칙은 만들기 전에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를 알려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이 만들 학급 규약도 같은 성격입니다 — 벌칙은 없지만 우리가 함께 정했다는 사실 때문에 힘을 갖습니다.

⚠️ 이 자리는 일부러 비워 둡니다

7대 원칙 가운데 ‘신뢰성’의 설명 문장은 이 교과서를 쓰면서 원문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름만 적고 설명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그럴듯한 문장을 지어 넣는 편이 보기에는 좋겠지만, 그러면 6차시에서 우리가 이름 붙인 바로 그 일 — 확신 있게 틀리기 — 를 교과서가 저지르는 셈입니다. 여러분이 규약에 ‘신뢰성’을 근거로 쓰려면 원문을 먼저 찾아보세요.

2020년의 문서와 헷갈리지 않기

인터넷에서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찾으면 다른 문서가 먼저 나옵니다. 2020년 12월 23일에 발표된 「국가 인공지능 윤리기준」입니다. 이쪽은 3대 기본원칙과 10대 핵심요건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2026년판이 그것을 이어받았지만 내용이 그대로는 아닙니다. 토론에서 인용할 때 두 문서를 섞으면 근거가 통째로 흔들립니다.

무엇2020년 「국가 인공지능 윤리기준」2026년 「대한민국 인공지능 윤리원칙」
발표2020년 12월 23일2026년 8월 21일 확정
위층3대 기본원칙
인간 존엄성 · 사회의 공공선 · 기술의 합목적성
3대 가치
인간의 존엄성 · 사회의 공공선 · 인류의 지속가능성
아래층10대 핵심요건7대 원칙
토론에서오늘은 2026년판을 근거로 씁니다. ‘기술의 합목적성’은 2020년판에만, ‘인류의 지속가능성’은 2026년판에만 있습니다.
출처: 과기정통부·KISDI 보도참고자료(2026-08-24) / KISDI 인공지능 윤리 소통채널(2020-12-23). 두 문서의 이름이 비슷해서 실제로 자주 섞입니다.
ℹ️ 다른 나라와 국제기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유네스코 「인공지능 윤리 권고」 — 2021년 11월 24일 제4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193개 회원국이 채택했습니다. 인공지능 윤리에 관한 최초의 전 지구적 규범입니다. 회원국이 모두 찬성했다는 사실 자체가 뜻하는 바가 있습니다 — 인공지능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한 나라가 혼자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출처: UNESCO, Recommendation on the Eth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

EU 인공지능법(AI Act) — 2024년 8월 1일 발효했습니다. 이 법이 흥미로운 것은 기술이 아니라 ‘쓰임’으로 규제 강도를 정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얼굴인식이라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등급이 달라집니다. 금지 · 고위험 · 제한적(투명성) · 최소 네 등급이고, 제한적 등급은 “이것은 인공지능입니다”라고 알릴 의무만 집니다.

다만 최근 소식 하나를 덧붙여야 합니다. 고위험 등급의 의무는 미뤄졌습니다. 2026년 개정으로 단독형 고위험 시스템은 2027년 12월 2일, 제품에 들어가는 고위험 시스템은 2028년 8월 2일부터 적용됩니다. 표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각국 감독기관 설치도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이미 고위험 인공지능을 규제하고 있다”고 말하면 지금은 틀린 말이 됩니다. 규칙을 만드는 일은 원칙을 적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걸립니다. (출처: Regulation (EU) 2024/1689 / Regulation (EU) 2026/1744)

2

세 주체와 ‘책임의 공백’

원칙을 지키는 일은 누구의 몫일까요? 2026년 윤리원칙이 앞선 문서와 달라진 점 하나가 여기 있습니다. 만들어 파는 쪽만 주체로 보지 않고 이용자도, 정부와 사회도 실천 주체로 적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공지능 역량과 자원을 많이 가진 나라와 기업은 그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을 진다는 문장까지 넣었습니다.

🛠️ 개발·공급자

데이터와 모델을 점검하고, 한계를 밝히고, 무엇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기록을 남깁니다.

안 하면 — 집단별 성능을 따로 재지 않습니다. 7차시에서 본 그대로, 전체 정확도가 같아도 오탈락률은 갈립니다.

👤 이용자

위험을 알고 쓰고, 결과를 검증하고, 인공지능을 썼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안 하면 — 확인 없이 그대로 씁니다. 6차시의 확신도 이야기가 여기서 되살아납니다.

🏛️ 정부·운영관리자

감독하고 감사하며, 잘못된 결정을 되돌릴 구제 절차와 책임 소재를 정해 둡니다.

안 하면 — 이의를 제기할 창구가 없습니다. 사고가 나도 조사할 권한이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깔끔합니다. 문제는 이 셋 사이입니다. 세 칸을 나란히 그려 놓으면 빈틈이 생기는데, 이것을 책임의 공백이라고 부릅니다.

개발 · 공급자 “설명서대로 썼나요?” 이용자 “시키는 대로 했는데요” 정부 · 운영관리자 “아직 규정이 없어서” 책임의 공백 셋 다 자기 자리에서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았는데, 피해자는 물을 곳이 없다
책임의 공백은 누가 나빠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 자기 몫만 했기 때문에 생깁니다.

자율주행차 사고가 이 공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우리나라는 사고가 나면 우선 차를 운행한 쪽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배상하고, 원인이 기계나 소프트웨어의 결함이면 제조물책임법으로 만든 쪽이 책임을 지는 이원 구조입니다. 그리고 원인을 가리기 위해 국토교통부장관 소속으로 자율주행자동차사고조사위원회를 둘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제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공백이 생기는 까닭은 결함을 증명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가 그 순간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피해자가 밝혀야 한다면, 사실상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과 같아집니다.

💡 법을 근거로 댈 때의 규칙

이 교과서는 위에서 제도의 이름만 적고 조문 번호와 시행일을 적지 않았습니다. 법은 자주 개정되고, 조문 번호는 개정 때마다 밀립니다. 규약이나 보고서에 법을 인용할 일이 생기면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에서 원문을 열어 오늘 날짜의 조문을 확인하세요.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로 인용한 조문은 6차시에서 본 가짜 판례와 같은 종류의 잘못입니다.

3

딜레마를 푸는 다섯 걸음 — 고르기 전에 대가를 밝힌다

딜레마는 “옳은 쪽과 그른 쪽 중 고르기”가 아닙니다. 그런 것은 딜레마가 아니라 시험 문제입니다. 딜레마는 양쪽 다 지킬 만한 가치인데 동시에는 못 지키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딜레마를 다루는 방법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포기하는지를 밝히고 고르는 것입니다. 다섯 걸음으로 나눠 봅시다.

  1. 충돌하는 가치에 이름을 붙인다. “찬성 대 반대”가 아니라 “안전 대 프라이버시”처럼 둘 다 좋은 것의 이름으로 적습니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 상대가 나쁜 사람이 아니게 됩니다.
  2. 이해관계자를 빠짐없이 적는다.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특히 찾습니다 — 잘못 판정받은 사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 이 기술을 살 돈이 없는 사람.
  3.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걸음입니다. 되돌릴 수 있는 피해와 없는 피해는 무게가 다릅니다. 카드를 잃어버리면 재발급하면 되지만, 얼굴은 재발급이 안 됩니다.
  4. 제3의 대안을 만든다. “한다 / 안 한다” 둘만 놓고 싸우면 반드시 한쪽이 집니다. 범위를 좁히거나, 사람이 개입할 지점을 넣거나, 되돌릴 길을 만들어 세 번째 답을 만듭니다.
  5. 결정하고 그 대가를 명시한다. “우리는 A를 고른다. 그래서 B를 포기한다. 그 대가는 주로 ○○인 사람이 진다.” 이 문장을 못 쓰면 아직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네 번째 걸음 — 제3의 대안 — 을 조금 더 봅시다. 이 단원이 계속 만난 대안의 모양이 있습니다. 사람이 개입하는 지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입니다. 6차시에서 우리는 확신도가 낮은 것만 사람에게 돌리는 방법을 보았고, 7차시에서는 기준점 근처의 경계선 사례를 사람이 다시 보는 방법을 보았습니다. “기계에 맡긴다 / 안 맡긴다”가 아니라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서부터 사람이 보는가를 정하는 것 — 이것이 공존 방안의 실체입니다.

걸음얼굴인식 출입 쟁점에 대입하면
① 충돌하는 가치학교의 안전 대 내 몸의 정보에 대한 결정권. 둘 다 윤리원칙 안에 있습니다 — 안전성, 그리고 프라이버시 보호.
② 이해관계자학생 · 교사 · 학부모 · 학교 관리자 · 장비 회사 · 그리고 얼굴이 잘 인식되지 않아 매일 문 앞에서 걸리는 소수의 학생.
③ 되돌릴 수 없는 피해학생증은 다시 만들면 되지만 생체정보는 한 번 새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생체정보를 민감정보로 두고 별도 동의를 요구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④ 제3의 대안얼굴과 카드 중 학생이 고르게 한다 · 원본 사진은 저장하지 않고 특징값만 남긴다 · 인식이 실패했을 때 사람이 열어 주는 문을 반드시 둔다.
⑤ 결정과 대가“우리는 ○○을 고른다. 그래서 △△을 포기한다. 그 대가는 얼굴이 자주 안 읽히는 학생이 진다 — 그래서 그 학생을 위한 우회로를 함께 정한다.”
다섯 걸음을 한 쟁점에 끝까지 대 본 예입니다. 모둠 합의문도 이 모양이면 됩니다.
⚠️ 토론에서 가장 흔한 두 가지 실패

하나 — 인상 비평. “왠지 무섭잖아요”, “요즘 다 그렇게 하는데요”. 느낌은 출발점으로는 좋지만 근거는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 반론에는 앞 차시에서 직접 계산한 숫자를 하나 이상 넣는 규칙을 겁니다.

둘 —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 “저쪽은 인권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 토론이 끝나고 싸움이 시작됩니다. 딜레마에서는 양쪽 다 지킬 만한 것을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걸음에서 가치에 이름을 붙이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4

어느 쟁점을 토론에 걸 것인가 — 평균이 숨기는 것

쟁점이 여섯인데 시간은 스물네 분입니다. 무엇부터 다뤄야 할까요? 가장 흔한 방법은 미리 찬반을 물어 평균을 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평균 하나로는 정작 알고 싶은 것을 알 수 없습니다. 두 반을 상상해 봅시다.

🎭 A반 — 반이 갈렸다

  • 절반은 강하게 찬성(+3)
  • 절반은 강하게 반대(−3)
  • 평균 = 0
평균은
같다

😴 B반 — 다들 관심이 없다

  • 거의 전원이 유보(0)
  • 강한 의견을 낸 사람이 없다
  • 평균 = 0

두 반의 평균은 똑같이 0입니다. 그러나 A반은 지금 당장 토론해야 하는 반이고, B반은 토론 전에 자료부터 읽혀야 하는 반입니다. 평균만 발표하면 이 차이가 지워집니다. 그래서 두 숫자를 더 봅니다.

  • 흩어짐 — 응답이 얼마나 퍼져 있나(표준편차). A반은 크고 B반은 0에 가깝습니다. 다만 흩어짐만으로는 ‘양쪽 끝에 뭉친 것’과 ‘고르게 퍼진 것’이 갈리지 않습니다.
  • 양극단비 — 강한 찬성(+2 이상)의 비율과 강한 반대(−2 이하)의 비율 중 작은 쪽을 두 배 한 값입니다. 양쪽 다 강해야만 커집니다. 한쪽만 강하면 아무리 목소리가 커도 0에 가깝습니다.

양극단비를 왜 ‘작은 쪽의 두 배’로 정했을까요? 절반이 +3, 절반이 −3이면 두 비율이 각각 0.5이고 작은 쪽의 두 배는 1.0 — 가장 갈린 상태가 1이 됩니다. 반대로 전원이 강한 찬성이면 강한 반대 비율이 0이라 값도 0입니다. “세게 말한 사람이 많다”가 아니라 “양쪽 다 세게 말했다”를 재는 자입니다.

⚠️ 지금부터 나오는 28명은 ‘우리가 만든 가상 학급’입니다

아래 진행판에 처음부터 들어 있는 응답은 교과서가 함께 싣는 가상 학급 28명의 값입니다. 실제 조사 결과가 아니고, 어느 학교에서 받은 설문도 아닙니다. 쟁점마다 ‘찬성으로 기우는 비율 · 유보 비율 · 강하게 말하는 비율’을 우리가 정해 놓고 컴퓨터가 만든 값입니다. 수업에서는 이 자리에 우리 반 사전 기표를 넣습니다. 가상 학급의 숫자를 “조사에 따르면”이라고 인용하면 그 순간 거짓말이 됩니다.

💻

손으로 ① — 회의 진행판

회의 진행판은 토론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토론을 걸 자리를 고르고, 논거를 정리하는 도구입니다. 먼저 아무것도 바꾸지 말고 화면을 그대로 읽어 보세요. 여섯 쟁점의 막대 모양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 보일 것입니다.

🗳️ 회의 진행판 — 기표 · 판정 · 논거 저울 INTERACTIVE

쟁점을 고르고 일곱 칸의 사람 수를 바꾸면, 그 자리에서 평균 · 흩어짐 · 양극단비를 다시 계산해 판정 이름표를 붙입니다. 아래 두 문턱을 밀면 이름표가 언제 바뀌는지 볼 수 있고, [▶ 토론 전 → 뒤 재생]을 누르면 가상 학급의 응답이 토론 뒤로 움직이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찬성 / 반대 / 유보—
평균—
흩어짐—
양극단비—
강한 의견—
판정—
📊 여섯 쟁점 순위표 — 양극단비가 큰 것부터 토론에 건다
⚖️ 논거 저울 — 우리 모둠은 어느 논거에 무게를 두었나

각 논거에 0~3의 무게를 줍니다. 0은 쓰지 않는 논거, 3은 우리 주장의 기둥입니다. 차시 번호가 적힌 딱지(예: 6차시)가 붙은 논거는 앞 차시에서 여러분이 직접 계산한 값을 근거로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지침’·‘법·제도’ 딱지는 제도 이름을 가리킬 뿐 계산한 숫자가 아니라, 저울의 경고에서는 세지 않습니다. 쟁점마다 찬성 쪽에도 반대 쪽에도 차시 딱지가 하나 이상 있습니다.

 

[안내] 처음 값은 가상 학급 28명의 ‘토론 전’ 응답입니다. 우리 반 값을 넣으려면 [✏️ 비우고 우리 반 값 넣기]를 누르세요.

과제 ① — 표를 채운다

진행판을 열어 두고 아래 표를 공책에 옮겨 적으세요. 칸에 바로 적어도 됩니다. 기본값(가상 학급 · 토론 전) 그대로 읽으면 됩니다.

쟁점평균흩어짐양극단비판정
수행평가 AI
자율주행 책임
잔반 예측 배식

다 적었으면 수행평가 AI와 자율주행 책임 두 줄을 나란히 보세요. 평균은 0.3도 차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양극단비는 한쪽이 다른 쪽보다 압도적으로 큽니다. 평균만 적힌 보고서를 받았다면 두 쟁점이 “비슷한 반응을 얻었다”고 읽었을 것입니다. 실제로는 하나는 반이 정면으로 갈렸고, 하나는 절반 가까이가 유보였습니다.

과제 ② — 문턱을 옮겨 이름표를 뒤집는다

판정 이름표를 붙이는 문턱 다섯 개는 우리가 고른 값입니다. 세상 어딘가에 “양극단비 0.40부터 갈림”이라고 적힌 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7차시에서 공정성 기준점을 두고 했던 이야기가 여기서 그대로 되풀이됩니다 — 기준점은 계산이 아니라 선택이고, 고른 사람이 그 대가를 설명해야 합니다.

  1. 쟁점을 잔반 예측 배식으로 바꾸고 양극단비를 적으세요. ‘모임’ 문턱은 0.20으로 두고 판정 이름표를 적습니다.
  2. ‘모임’ 문턱만 0.25로 올립니다. 이름표가 어떻게 바뀌었나요? 기표는 한 사람도 바뀌지 않았는데 이름표가 바뀝니다.
  3. ‘갈림’ 문턱을 0.20 → 0.30 → 0.40 → 0.55 → 0.80으로 올리며 ‘갈림’으로 찍힌 쟁점의 개수를 세어 적으세요. 문턱을 옮긴 만큼 개수가 매끄럽게 줄어드나요? 아니면 어떤 구간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다가 어떤 구간에서 한꺼번에 바뀌나요?
‘갈림’ 문턱0.200.300.400.550.80
‘갈림’ 쟁점 수

과제 ③ — 반례 만들기: 모둠 하나로 학급을 말할 수 있는가

[✏️ 비우고 우리 반 값 넣기]를 누른 뒤, 일곱 명짜리 모둠의 응답을 직접 넣어 보세요. 예를 들어 강한 반대 여섯 명과 유보 한 명을 넣으면 평균이 크게 음수로 나옵니다. 같은 쟁점에서 가상 학급 28명의 평균은 양수였습니다. 모둠 하나의 결과가 학급 전체와 정반대로 나오는 배치를 직접 만들어 보고, 그때의 평균과 양극단비를 적으세요. 발표할 때 “우리 모둠은”과 “우리 반은”을 섞어 쓰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서 숫자로 나옵니다.

💡 진행판을 토론 중에 쓰는 법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진행판은 논거 저울만 열어 둡니다. 모둠이 반론을 준비할 때 “우리가 쓸 논거 세 개”에 무게를 주고, 차시 번호가 적힌 딱지가 붙은 논거가 하나도 없으면 저울이 경고를 띄웁니다. 그때는 반론을 다시 짜야 합니다 — 오늘 반론에는 앞 차시 숫자가 하나 이상 들어가야 하니까요.

🗣️

토론 24분 — 여섯 쟁점 가운데 하나를 맡는다

여기부터가 오늘 수업의 본체입니다. 읽는 시간이 아니라 말하는 시간입니다. 한 모둠이 쟁점 하나를 맡고, 모둠 안에서 네 역할을 나눠 맡습니다. 역할은 ‘내 진짜 생각’이 아니어도 됩니다 — 오히려 자기 생각과 반대인 역할을 맡으면 그쪽 근거가 왜 그럴듯한지 처음으로 보이게 됩니다.

작은 회의실의 둥근 탁자에 세 사람이 노트북을 펴고 둘러앉아 벽의 화면을 보며 이야기하는 장면
둥근 탁자에 세 사람이 둘러앉은 작은 회의 — 네 역할로 나눈 오늘 모둠과 거의 같은 크기입니다. 둥근 탁자에는 ‘윗자리’가 따로 없습니다. 오늘 모둠도 그렇습니다. 개발·공급자 역할이 이용자 역할보다 높지 않고, 피해 당사자 역할이 가장 나중에 말하지도 않습니다. 출처: Fabrice Florin,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미리 해 둘 것 — 지난 차시 과제

본시 스물네 분을 온전히 말하는 데 쓰려면, 준비는 앞 차시에 끝나 있어야 합니다.

언제누가무엇을산출물
7차시 끝 5분교사 모둠 넷 편성 · 쟁점 배정 · 네 역할 배정모둠·역할표
7차시 끝전원 사전 기표 — 여섯 쟁점에 각각 −3부터 +3까지진행판에 넣을 값
과제전원 자기 역할의 논거 카드 세 장 채우기(진행판의 저울에서 골라 자기 말로 다시 쓰기)논거 카드 3장
과제전원 앞 일곱 차시 결과에서 자기가 쓸 숫자 하나 고르기 — 무엇을, 어느 차시에서숫자 쪽지 1장
본시 직전교사 사전 기표를 진행판에 넣어 우리 반 쟁점 순위표 뽑기순위표
쟁점 배정은 우리 반 사전 기표로 계산한 순위를 따릅니다. 교과서에 실린 가상 학급의 순위를 그대로 쓰면 안 됩니다 — 우리 반이 갈린 쟁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본시 24분

시각무엇누가남는 것
0:00–1:30자리 · 역할 확인 · 우리 반 쟁점 순위표 보기전원—
1:30–5:30입론 4분 — 네 역할이 각 1분씩개발·공급자 → 이용자 → 운영·관리자 → 피해 당사자입론 요지
5:30–9:30교차 질의 4분 — 마주 앉은 역할끼리 2분씩개발자↔피해 당사자 / 이용자↔운영관리자질의 기록
9:30–12:30반론 3분 — 각 45초. 반드시 앞 차시에서 계산한 숫자를 하나 이상 인용한다. 인용이 없으면 그 반론은 무효전원—
12:30–13:30재기표 1분 — 각자 −3~+3을 다시 적는다전원토론 뒤 값
13:30–20:00합의문 6분 30초 — 네 칸을 채운다모둠합의문 1장
20:00–23:00모둠 발표 3분 — 40초씩. 발표하며 규약 조항 하나를 칠판에 적는다기록자규약 조항 4개
23:00–24:00학급 투표 1분 — 조항별 찬반. 과반이면 게시전원우리 반 인공지능 규약
재기표 1분을 빼면 안 됩니다. 그 1분이 없으면 토론 전과 뒤를 견줄 데이터가 생기지 않습니다.

네 역할

🛠️ 개발·공급자

만들고 파는 쪽을 대변합니다.

반드시 말할 것 — 우리가 무엇을 점검했고, 무엇은 점검하지 못했는가.

어울리는 숫자: 7차시 집단별 성능 · 6차시 확신도

👤 이용자

실제로 쓰는 학생과 교사를 대변합니다.

반드시 말할 것 — 나는 어디까지 확인할 수 있으며, 확인을 그만두는 순간은 언제인가.

어울리는 숫자: 6차시 오류율 · 1차시 절약 시간

🏛️ 운영·관리자

학교·회사·정부를 대변합니다.

반드시 말할 것 — 이의를 제기할 창구와 사고가 났을 때의 절차.

어울리는 숫자: 2차시 재판독 건수 · 7차시 기준점

😕 피해 당사자

잘못된 판정을 받은 쪽을 대변합니다.

반드시 말할 것 —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무엇이며, 나는 누구에게 묻는가.

어울리는 숫자: 2차시 놓친 사람 수 · 7차시 오탈락률

모둠이 다섯이면 기록자를 독립시킵니다. 여섯이면 규제기관 역할을 하나 더 만들어, 다른 나라라면 이 쟁점을 어느 위험 등급으로 볼지 말하게 합니다. 기록자와 시간지기는 겸임해도 됩니다. 시간지기는 45초를 손으로 셉니다 — 시간을 재는 사람이 없으면 목소리 큰 역할이 시간을 다 씁니다.

여섯 쟁점

네 모둠에 넷을 나눠 주고, 남은 둘은 예비이거나 자료 읽기 과제로 돌립니다. 아래 표에는 상황과 충돌하는 가치, 그리고 제3의 대안 힌트만 적었습니다. 찬반 논거는 진행판의 논거 저울에 들어 있습니다 — 거기서 골라 자기 말로 다시 쓰세요.

‘상황’ 칸의 여섯 장면과 그 안의 숫자(지원자 3,000명, 학생 서른 명, 조리량 5% 등)는 토론을 걸기 위해 우리가 꾸민 사례입니다. 실제로 조사한 사건이 아니고 어느 학교의 일도 아닙니다. 토론에서 이 숫자를 “실제로 그렇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 상황을 정해 놓고 값을 따지는 데만 씁니다. 바깥 세상의 사실로 쓸 수 있는 것은 앞 차시에서 출처를 밝히고 계산한 값과 위에서 이름을 댄 제도들뿐입니다.

쟁점상황충돌하는 가치제3의 대안 힌트
얼굴인식 출입 학생증을 잃어버리는 학생이 한 달에 여럿이고, 지난 학기에 외부인이 정문을 그냥 지나 들어온 일이 있었다. 학교가 정문에 얼굴인식 출입기를 달자고 한다. 학교의 안전
↔ 내 몸의 정보에 대한 결정권
얼굴/카드 중 고르게 · 원본 사진 대신 특징값만 · 사람이 열어 주는 문을 반드시 둔다
생기부 윤문 담임 한 명이 학기말에 서른 명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쓴다. 관찰 메모는 교사가 직접 했다. 그 메모를 인공지능에 넣어 문장으로 다듬는 것은 어디까지 허용인가. 기록의 공정함(문장력 차이로 불이익 없기)
↔ 기록의 진실성
윤문 전 원문을 함께 보관 · 학생이 자기 기록의 근거 관찰을 물을 수 있게 · 학년 초 범위 공지
수행평가 AI 국어 논술형 수행평가. 자료 조사에는 써도 되고 초고에는 안 된다는 학교도 있고, 아예 금지한 학교도 있다. 우리 반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배우는 기회의 확대
↔ 평가의 타당성
과제 유형별로 허용 범위를 나눈다 · 쓴 프롬프트와 출력을 함께 제출 · 수업 중 관찰 평가 비중을 올린다
채용 1차 AI 지원자 3,000명, 인사팀은 네 명. 1차 서류를 인공지능이 걸러 300명만 사람이 본다. 모두를 균일하게 보는 것
↔ 한 사람을 제대로 보는 것
자동 탈락은 없고 자동 통과만 · 경계선 구간은 사람이 · 탈락 사유 코드 제공 · 집단별 오탈락률 공개
자율주행 책임 등굣길 스쿨존. 자율주행 통학버스가 갑자기 뛰어든 아이를 피하려다 인도 쪽으로 방향을 튼다. 전체 사고를 줄이는 것
↔ 새로 생기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
사고 기록 공개 의무 · 무과실 보상 기금 · 스쿨존은 운행에서 뺀다 · 개입 요구 시각과 실제 개입 시각을 기록
잔반 예측 배식 지난 3년 급식 기록으로 오늘 얼마나 남을지 예측해 조리량을 5% 줄인다. 2단원에서 다룬 급식 예측이 여기로 돌아온다. 낭비를 줄이는 것
↔ 아무도 굶지 않는 것
학급 단위까지만 예측 · 부족분 즉시 보충 규칙을 먼저 정하고 도입 · 예측 대신 메뉴 만족도 조사부터
여섯 쟁점 모두 양쪽이 다 그럴듯합니다. 한쪽이 명백히 옳아 보인다면, 아직 반대쪽 근거를 못 본 것입니다.
📝 합의문 네 칸 — 모둠이 6분 30초 안에 채운다
  • ① 지킬 것 — 우리가 무엇을 우선했는가.
  • ② 포기한 것과 그 대가를 지는 사람 — 여기를 비워 두면 합의문이 아닙니다.
  • ③ 사람이 개입할 지점 — 어디까지 기계가 하고 어디서부터 사람이 보는가.
  • ④ 근거로 삼은 원칙 이름 — 7대 원칙 가운데 하나 이상.
💻

손으로 ② — 합의문을 규약 문장으로

합의문은 우리 모둠의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규약은 다음 주에 누가 무엇을 하는지 적은 문장입니다. 둘은 다릅니다. 아래 편집기는 세 칸을 채워야 문장이 완성됩니다 — 누가 · 언제 · 무엇을. 한 칸이라도 비면 경고가 뜹니다. 여기에 근거 원칙과 숫자 근거를 더하면 다섯 항목이 됩니다.

📜 규약 초안 편집기 — 다섯 항목 심사 INTERACTIVE

칸을 채우면 아래에 문장이 조립되고, 그 문장을 다섯 항목으로 심사해 점수를 매깁니다. 심사가 보는 것은 낱말입니다 — 주어가 될 만한 말, 시점을 가리키는 말, 평서형 동사, 7대 원칙의 이름, 그리고 숫자와 단위. [+ 규약에 담기]를 누르면 아래 규약판에 쌓입니다.

[안내] 세 칸(누가 · 언제 · 무엇을)을 채우면 문장이 완성됩니다.

우리 반 인공지능 규약

아직 담은 조항이 없습니다. 위 편집기에서 [+ 규약에 담기]를 누르세요.

    조항을 담으면 여기에 쌓입니다. 이 판은 인쇄하면 그대로 게시물이 됩니다.

    제정   년   월   일  ·    반 학급 회의

    과제 ④ — 심사기를 속여 본다

    [⚠ 낱말만 갖다 붙이기]를 눌러 보세요. 이런 문장이 들어갑니다.

    📖 5점 만점을 받은 문장

    “우리 반은 3차시에 계산한 5kg 을 볼 때 인공지능을 조심해서 쓴다고 정한다. 근거: 투명성.”

    심사기는 이 문장에 5/5를 줍니다. ‘우리 반’이 있으니 주어가 있고, ‘볼 때’가 있으니 시점이 있고, ‘정한다’가 있으니 평서형 동사가 있고, ‘투명성’이 있으니 원칙이 있고, ‘5kg’이 있으니 숫자가 있습니다. 다섯 항목을 전부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다음 주에 누가 무엇을 하는지 하나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심사기의 결함이 아니라, 자동 심사가 무엇인지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기계는 형식을 봅니다. 낱말이 있는지 없는지는 셀 수 있지만 ‘조심해서 쓴다’가 무엇을 하라는 말인지는 세지 못합니다. 6차시에서 확신도가 높아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보았고, 7차시에서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계산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늘 그 둘이 한 점에서 만납니다 — 기계가 통과시켰다는 것은 사람이 확인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지막 판정은 학급 회의가 합니다.

    1. 편집기로 5/5를 받으면서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 문장을 하나 더 만들어 적으세요. (위 문장을 그대로 베끼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속여 보세요.)
    2. 그 문장을 진짜 규약으로 고쳐 다시 적으세요. 누가·언제·무엇을이 실제 행동을 가리키게 바꾸면 됩니다.
    3. 두 문장을 나란히 놓고, 심사기가 못 보는 것이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쓰세요.
    💻

    손으로 ③ — 기표를 집계하는 프로그램

    진행판이 화면에서 하는 계산을 파이썬으로도 해 봅니다. 이 프로그램은 토론 전 응답과 토론 뒤 응답을 둘 다 갖고 있어서, 화면이 못 하는 것을 하나 더 합니다 — 사람 단위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세는 것입니다. ‘평균이 움직였다’와 ‘편을 바꾼 사람이 있었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빈칸은 다섯 곳(?????)입니다. 채우고 실행해 아래 검산 값이 나오면 맞은 것입니다.

    • 빈칸 ① 양극단비 공식 → 【2】에서 ‘수행평가 AI’의 양극단비가 0.79
    • 빈칸 ② ‘모임(한쪽)’ 조건 → 【3】에서 ‘자율주행 책임’이 미지근(가운데)
    • 빈칸 ③ 움직인 사람 세기 → 【6】에서 ‘수행평가 AI’의 움직인 사람이 12명
    • 빈칸 ④ 편을 바꾼 사람 세기 → 【7】에서 여섯 쟁점을 통틀어 2건
    • 빈칸 ⑤ 숫자 인용 검사 → 【8】에서 규약 초안 7개 중 4개 통과

    다 돌렸으면 【7】을 오래 보세요. 여섯 쟁점 168건(28명 × 6쟁점) 가운데 토론 뒤에 편을 바꾼 응답은 두 건입니다. 백 분의 일이 조금 넘습니다. 그런데 강도만 바뀐 응답은 서른두 건이고, 유보와 결정 사이를 오간 응답도 열네 건입니다.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토론해 봐야 아무도 안 바뀐다”로 읽으면 잘못입니다. 편을 바꾸는 것이 토론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3이던 사람이 +1이 되었다면 그 사람은 상대 근거의 무게를 인정한 것이고, 0이던 사람이 −2가 되었다면 모르던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토론의 성과는 몇 명을 넘겼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포기했는지 말할 수 있게 되었느냐입니다.

    그리고 【6】의 ‘채용 1차 AI’ 줄을 보세요. 이 쟁점만 흩어짐이 오히려 커졌습니다. 토론하면 의견이 모인다는 말이 늘 맞지는 않습니다. 쟁점에 따라서는 이야기를 나눌수록 서로 무엇이 다른지가 더 또렷해지기도 합니다. 그것도 실패가 아닙니다 — 갈린 자리를 정확히 아는 것이 규약을 쓸 때 훨씬 쓸모 있습니다.

    ⚠️ 이 프로그램에서 부수면 안 되는 것

    SEED = 8과 GEN·MOVE의 숫자를 바꾸면 위의 검산 값이 전부 달라집니다. 씨앗을 바꾸면 같은 가정인데도 1위 쟁점이 바뀝니다 — 28명은 그만큼 작은 표본입니다. 대신 마음껏 바꿔 볼 것은 판정 문턱 다섯(TH_POLAR 등)과 DRAFTS입니다. DRAFTS에 우리 모둠이 쓴 규약 초안을 넣어 몇 점이 나오는지 보세요.

    📖

    정리 — 오늘 손에 남은 것

    무엇을 했나무엇이 남았나어디로 이어지나
    윤리원칙을 읽었다 3대 가치와 7대 원칙 — 토론에서 “무엇에 비추어”를 댈 자리 규약 조항마다 붙는 근거 원칙
    세 주체를 갈랐다 개발·공급자 · 이용자 · 정부, 그리고 그 사이의 책임의 공백 합의문 ③칸 — 사람이 개입할 지점
    쟁점을 골랐다 평균이 아니라 양극단비로. 평균 차이 0.29인 두 쟁점의 양극단비가 0.79와 0.00이었다 어떤 회의든 ‘무엇부터 다룰까’를 정할 때
    문턱을 흔들었다 기표는 그대로인데 문턱 0.05에 이름표가 바뀌었다 — 기준점은 선택이다 7차시 공정성 기준점과 같은 이야기
    규약을 썼다 누가 · 언제 · 무엇을이 든 문장. ‘조심하자’는 규약이 아니다 교실에 붙는 종이 한 장
    심사기를 속였다 낱말만 갖다 붙여 5/5. 기계의 통과는 사람의 확인이 아니다 4단원 프로젝트의 마지막 점검
    아일랜드 국기가 세워진 의회 본회의장 — 가운데 파란 바닥을 두고 가죽 의석이 마주 보며 둘러서 있다
    규칙은 결국 이런 자리에서 정해집니다. 그런데 오늘 여러분이 한 일은 규모만 작을 뿐 구조가 같습니다 — 근거를 대고, 반대 의견을 듣고, 무엇을 포기할지 정하고, 투표해서 문장으로 남겼습니다. 3차시에서 계산한 배출계수가 ‘사회의 선택’이라고 했던 그 선택이 실제로 일어나는 방식이 이것입니다. 출처: David Kernan, Wikimedia Commons (CC BY 4.0)

    이 단원 여덟 차시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인공지능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가 아닙니다. 그 문장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배운 것은 이것입니다 —

    🎯 이 단원의 한 줄

    무엇을 포기했는지 말할 수 있어야 결정이다.

    1차시에서 하루에 넘긴 데이터 항목을 셌을 때 우리는 편의를 얻고 무엇을 준 것이었고, 2차시에서 정확도 뒤의 사람 수를 셌을 때는 ‘99%’라는 말이 감춘 사람들을 본 것이었고, 3차시의 전기와 탄소, 4·5차시의 업무와 진로, 6차시의 확신도, 7차시의 공정성이 모두 같은 물음의 다른 얼굴이었습니다. 이 편의의 대가를 누가 지는가.

    다음은 4단원입니다. 거기서는 여러분이 인공지능을 직접 만들어 봅니다. 만드는 쪽에 서면 오늘 정한 규약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됩니다 — 데이터를 어디서 구할지, 무엇을 점검할지, 무엇을 못 했다고 밝힐지를 여러분이 개발·공급자로서 정해야 합니다. 오늘 만든 규약을 프로젝트 계획서 맨 앞에 붙여 두세요.

    ✅

    확인 문제

    ✍️ 문제마다 답을 쓰고 제출하기를 누르세요. 제출하면 모범 답안이 열리고, 제출한 답은 선생님께 전달됩니다.

    1. 「대한민국 인공지능 윤리원칙」의 3대 가치 셋을 쓰세요. 그리고 2020년 「국가 인공지능 윤리기준」의 3대 기본원칙과 견주어 다른 항목 하나를 짚고, 그 변화가 무엇을 담으려 한 것인지 쓰세요.
    📖 모범 답안

    3대 가치(2026년): 인간의 존엄성 · 사회의 공공선 · 인류의 지속가능성.

    다른 항목: 세 번째입니다. 2020년판은 ‘기술의 합목적성’이었고 2026년판은 ‘인류의 지속가능성’입니다. 앞의 둘은 사실상 같습니다.

    무엇을 담으려 했나: ‘기술의 합목적성’은 기술이 제 목적에 맞게 쓰여야 한다는, 기술 쪽을 보는 말입니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은 지금 세대가 아닌 쪽까지 시야에 넣습니다. 3차시에서 잰 전력과 탄소, 그리고 물과 전자 폐기물이 왜 윤리 문제인지가 이 한 칸에 들어 있습니다.

    덧붙일 것 하나 — 아래층도 바뀌었습니다. 2020년판은 10대 핵심요건, 2026년판은 7대 원칙입니다. 두 문서를 섞어 “3대 원칙과 10대 요건”이라고 인용하면 6년 전 문서를 현행으로 말하는 것이 됩니다.

    2. 자기 모둠이 맡은 쟁점에서, 개발·공급자 · 이용자 · 정부(운영관리자) 셋 가운데 하나를 골라 “무엇을 하지 않아서 문제가 커졌는가”를 한 줄로 쓰고, 그것이 7대 원칙 중 어느 것과 이어지는지 대세요.
    📖 모범 답안

    얼굴인식 출입을 예로 든 답입니다. 자기 쟁점으로 바꿔 쓰면 됩니다.

    개발·공급자 — 집단별로 인식률을 따로 재지 않았습니다. 전체 인식률만 보고했다면 특정 학생들이 매일 문 앞에서 걸린다는 사실이 그 숫자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원칙: 공정성·포용성(7차시에서 갈라 잰 그 방식입니다).

    이용자(학교) — 얼굴인식을 쓴다는 사실과 저장 항목을 학생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원칙: 투명성.

    정부·운영관리자 — 인식이 실패했을 때 사람이 열어 주는 문과 이의를 제기할 창구를 두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원칙: 인간중심성과 책임성.

    답을 쓸 때 잊지 말 것 — 셋 다 자기 몫만 했을 때에도 공백이 생깁니다. 누가 나빠서가 아니라 아무도 그 사이를 맡지 않아서입니다.

    3. (오늘 돌린 결과) 회의 진행판에서 잔반 예측 배식의 양극단비를 적으세요. 그리고 ‘모임’ 문턱을 0.20에서 0.25로 올렸을 때 판정 이름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때 기표는 몇 사람이나 바뀌었는지 쓰세요.
    📖 모범 답안

    양극단비 0.21. 문턱 0.20에서는 ‘흩어짐(약한 갈림)’, 0.25로 올리면 ‘모임(한쪽)’이 됩니다. 0.21이 0.20을 0.01 차이로 넘겼기 때문입니다.

    기표는 한 사람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우리가 고른 문턱뿐입니다.

    ‘갈림’ 문턱을 흔든 결과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0.20에서 5개, 0.30에서 3개, 0.40에서 3개, 0.55에서 2개, 0.80에서 0개입니다. 0.30과 0.40 사이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다가 0.20과 0.30 사이에서 두 개가 한꺼번에 바뀝니다. 문턱을 옮긴 만큼 결과가 매끄럽게 바뀌지 않습니다.

    7차시에서 공정성 기준점을 두고 배운 것이 그대로 되풀이됩니다 — 기준점은 계산이 아니라 선택이고, 고른 사람이 그 대가를 설명해야 합니다. 발표할 때 “우리 반은 이 쟁점에서 모였다”고 말하려면 어느 문턱을 썼는지도 함께 말해야 합니다.

    4. (오늘 돌린 결과) 진행판에서 수행평가 AI와 자율주행 책임의 평균과 양극단비를 각각 적으세요. 그리고 학급 회의에 평균만 보고했다면 무엇이 지워졌을지, 어떤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쓰세요.
    📖 모범 답안

    수행평가 AI — 평균 +0.25 · 흩어짐 2.41 · 양극단비 0.79 · 갈림(양극).
    자율주행 책임 — 평균 +0.54 · 흩어짐 0.91 · 양극단비 0.00 · 미지근(가운데).

    평균만 보면: 두 쟁점의 차이는 0.29뿐이고, 오히려 자율주행 쪽이 더 찬성입니다. “둘 다 대체로 찬성”이라고 읽히지요.

    지워지는 것: 수행평가에서는 강한 찬성과 강한 반대가 양쪽에 동시에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자율주행은 스물여덟 명 중 열두 명이 유보라서 흩어짐이 0.91로 작습니다. 두 쟁점의 모양이 완전히 다릅니다.

    어떤 잘못으로 이어지나: 평균만 보고 “자율주행부터 다루자”고 정하면, 정작 반이 정면으로 갈린 수행평가 문제는 손도 못 대고 학기가 끝납니다. 반대로 자율주행의 ‘미지근’을 “관심 없음”으로 읽는 것도 성급합니다 — 아는 것이 없어서 유보를 고른 것일 수 있습니다. 자료를 읽힌 뒤 다시 물어야 압니다.

    5. 규약 편집기에서 5/5를 받았지만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문장을 하나 만들어 적으세요. 그리고 심사기가 못 보는 것이 무엇인지 쓰고, 그렇다면 마지막 판정은 누가 해야 하는지 답하세요.
    📖 모범 답안

    예: “우리 반은 3차시에 계산한 5kg 을 볼 때 인공지능을 조심해서 쓴다고 정한다. 근거: 투명성.” — 5/5로 통과합니다.

    심사기가 보는 것: 주어가 될 만한 낱말이 있는가, 시점을 가리키는 낱말이 있는가, 평서형 동사로 끝나는가, 7대 원칙 이름이 들어 있는가, 숫자와 단위가 함께 있는가. 다섯 가지 모두 ‘있다/없다’입니다.

    못 보는 것: ‘조심해서 쓴다’가 어떤 행동인지, ‘볼 때’가 언제인지, 5kg이 이 조항과 무슨 상관인지. 즉 낱말이 실제 행동을 가리키는지를 못 봅니다. 기계는 형식을 세고, 뜻은 세지 못합니다.

    마지막 판정은 학급 회의가 합니다. 심사기 5/5는 “이 문장은 규약의 꼴을 갖췄다”는 최소 조건일 뿐 통과증이 아닙니다. 6차시에서 본 자동화 편향이 여기서 되살아납니다 — 대부분 잘 걸러 주니까 사람이 확인을 그만두는 것. 기계가 통과시켰다는 것은 사람이 확인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6. EU 인공지능법은 규제를 위험 등급으로 나눕니다. 기술이 아니라 ‘쓰임’으로 나누는 방식을 자기 모둠 쟁점에 대입해 설명하세요. 그리고 고위험 등급의 의무가 2027년·2028년으로 미뤄진 사실이 우리 반 규약에 주는 교훈을 한 문장으로 쓰세요.
    📖 모범 답안

    쓰임으로 나눈다는 것: 같은 기술이라도 어디에 쓰느냐로 등급이 달라집니다. 얼굴인식을 사진첩 정리에 쓰면 위험이 낮지만, 출입 통제나 신원 확인에 쓰면 올라갑니다. “얼굴인식은 되나 안 되나”라는 물음 자체가 잘못 세워진 물음인 셈입니다.

    쟁점에 대입한 예(수행평가 AI): “쓴다/안 쓴다”로 정하지 말고 과제 유형으로 나눕니다. 자료 찾기는 최소 위험, 초고 쓰기는 표시 의무를 붙이는 제한적 위험, 평가 점수를 인공지능이 직접 매기는 것은 고위험. 등급마다 지켜야 할 것이 다릅니다.

    연기가 주는 교훈: 단독형 고위험은 2027년 12월 2일, 제품에 들어간 것은 2028년 8월 2일로 미뤄졌습니다. 표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감독기관 설치도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교훈은 이것입니다 — 원칙을 적는 것과 지킬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다. 우리 규약도 ‘누가 확인하는가’와 ‘안 지켰을 때 어떻게 하는가’를 정하지 않으면 벽에 붙은 종이로만 남습니다.

    🔁 되돌아보기

    오늘 우리는 앞 일곱 차시의 숫자를 논거로 삼아 딜레마를 토론했고, 모둠 합의문을 누가·언제·무엇을이 든 규약 문장으로 바꿔 학급 규약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규약을 기계가 5/5로 통과시켜도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문장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만들어 확인했다. 다음 시간부터는 4단원 — 이번에는 우리가 만드는 쪽에 선다. 오늘 정한 규약을 프로젝트 계획서 첫 장에 붙이고 시작하자.

    🔎

    더 알아보기

    둘러앉아 규칙을 정하는 일은 교실 밖에서 어떻게 이루어졌고, 누가 그 일을 직업으로 하나

    기둥이 선 넓은 방에 놓인 커다란 둥근 탁자 — 자리마다 마이크와 이름표가 놓여 있고 초록 방석 의자가 둘러서 있다
    역사

    1989년 폴란드 원탁회의 — 탁자보다 중요했던 것은 합의문

    사진의 둥근 탁자는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궁에 보존된 원탁회의의 탁자입니다. 1989년 2월부터 4월까지 이 탁자에 당시 공산당 정부와 야당 세력인 자유노조 ‘연대(솔리다르노시치)’가 마주 앉았습니다. 불과 몇 해 전까지 정부가 연대를 불법 단체로 묶고 그 지도자들을 가두던 사이였지요. 둥근 탁자를 고른 것은 어느 쪽도 윗자리에 앉지 않는다는 뜻을 보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 회의가 역사에 남은 까닭은 탁자 모양이 아니라 무엇을 정했는가에 있습니다. 합의문에는 ‘앞으로 민주적으로 하자’ 같은 다짐이 아니라, 연대를 합법 단체로 인정한다, 없어졌던 상원을 되살려 전부 자유선거로 뽑는다, 하원은 일부 의석만 자유 경쟁에 부친다는 구체적인 조항이 적혔습니다. 오늘 우리가 말한 누가 · 언제 · 무엇을이 든 문장입니다.

    양쪽 모두 포기한 것도 분명했습니다. 정부는 선거에서 질 수 있는 자리를 내주었고, 야당은 하원 의석 대부분을 경쟁 없이 여당 쪽에 남겨 두는 조건을 받아들였습니다. 그해 6월 선거에서 연대는 자유 경쟁에 부쳐진 자리를 거의 모두 차지했고, 이것이 동유럽 공산 체제가 잇따라 바뀌는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무엇을 포기했는지 서로 말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결정이 되었던 셈입니다.

    사진: 바르샤바 대통령궁 원탁의 방에 전시된 원탁 · 출처: Adrian Grycuk,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pl)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① 무작위 선발 시민참여단 최종 471명 ② 숙의 자료집 · 양측 발표 합숙 모둠 토론 ③ 여러 번 다시 묻기 토론 전 → 뒤 마지막 조사 결과 건설 재개 59.5% 중단 40.5% 오늘의 재기표 1분과 같은 발상 — 같은 사람에게 토론 전과 뒤를 둘 다 묻는다
    현장

    토론 전과 뒤를 둘 다 묻는 나라의 회의 — 공론화

    오늘 수업에서 재기표 1분을 빼면 안 된다고 했지요. 토론 전과 뒤를 견줄 데이터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발상을 나라 규모로 키운 것이 공론조사(숙의형 여론조사)입니다. 보통 여론조사는 한 번 묻고 끝나지만, 공론조사는 무작위로 뽑은 시민에게 자료를 읽히고 토론을 시킨 뒤 다시 묻습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제임스 피시킨이 고안한 방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예가 2017년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입니다. 짓던 원전을 계속 지을지 멈출지를 두고, 무작위로 뽑힌 시민참여단이 자료집을 읽고 찬반 양쪽의 발표를 듣고 합숙하며 모둠 토론을 했습니다. 마지막 조사에 참여한 471명이 재개와 중단 가운데 하나를 고른 결과 건설 재개가 59.5%, 중단이 40.5%였고, 정부는 이 권고를 받아들여 공사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진행판에서 본 ‘미지근’의 뜻입니다. 공론화 초기 조사에서는 판단을 미룬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자료를 읽고 토론을 거친 마지막 조사에서는 판단을 미룬 사람이 크게 줄었습니다. 유보는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는 것이 없어서일 수 있다는 오늘의 이야기와 같습니다. 그리고 공론화위원회는 ‘재개’만 발표하지 않고 원전을 줄여 가는 방향과 안전 기준 강화 같은 보완책을 권고에 함께 적었습니다 — 진 쪽이 걱정한 것을 결정 안에 담으려 한 것입니다.

    규칙을 다루는 일은 단계마다 있다 영향 평가 데이터 점검 집단별 성능 검증 이용자 고지 이의 처리 · 감사 기획 데이터 개발·검증 출시 운영 분홍 칸 = 오늘 규약 문장의 ‘누가 · 언제 · 무엇을’이 실제 업무가 되는 자리 원칙 → 절차 → 기록으로 바꾸는 사람들
    진로

    규약을 쓰는 일도 직업이다 — 인공지능 거버넌스

    오늘 우리는 ‘조심하자’를 ‘누가 · 언제 · 무엇을’로 바꾸는 연습을 했습니다. 인공지능을 만들고 쓰는 회사와 기관에서는 이 일을 인공지능 거버넌스라고 부르고, 그것을 맡는 사람과 부서가 따로 있습니다. 윤리원칙 같은 문서를 실제 절차와 점검표로 바꾸는 일입니다.

    그림처럼 그 일은 단계마다 놓입니다. 만들기 전에는 누가 영향을 받는지 따지는 영향 평가, 학습 전에는 데이터의 출처와 동의를 확인하는 데이터 점검, 내보내기 전에는 7차시처럼 집단을 갈라 성능을 재는 검증, 쓰는 동안에는 이용자에게 인공지능임을 알리고 이의를 받아 처리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EU 인공지능법이 고위험 등급에 요구하는 것도 위험 관리, 기록 보관, 사람의 감독 같은 바로 이런 절차들입니다.

    이 일에는 한 가지 전공만으로는 모자랍니다. 모델이 어떻게 틀리는지 아는 컴퓨터·데이터 지식, 제도를 읽는 법·정책 지식, 그리고 오늘처럼 양쪽의 근거를 듣고 합의문을 쓰는 조정 능력이 함께 필요합니다. 정보과학·통계를 공부해 검증을 맡을 수도 있고, 법학·행정학·사회학을 공부해 정책과 감사를 맡을 수도 있습니다. 4단원에서 여러분이 계획서 맨 앞에 붙일 규약이 이 일의 가장 작은 모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