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② · Ⅱ. 정의로운 사회를 향하여 · LESSON 01

정의로운 사회

같은 출발선, 다른 결승선. 우리는 무엇을 두고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의는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일에서 시작해, 공정한 원칙과 제도로 가장 약한 사람까지 품는 사회로 완성된다.

ACHIEVEMENT STANDARD학습 목표
[9도03-04]정의로운 사회를 상상해 보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의의 원칙과 제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종합할 수 있다.
01정의의 의미와 ‘각자에게 그의 몫을’의 뜻을 설명할 수 있다
02분배 정의의 기준과 롤스의 정의 원칙을 이해한다
03정의로운 사회를 상상하고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으로 종합한다
SECTION · 01

‘공정하다’는 말의 무게

운동회에서 모두가 같은 지점에서 출발한다면 공정할까? 그런데 누군가는 무거운 짐을 지고, 누군가는 다리를 다친 채 달린다면? ‘똑같이 대하는 것’과 ‘공정한 것’은 언제나 같지 않다. 그 사이에서 정의에 대한 물음이 시작된다.

눈을 가린 채 저울을 든 정의의 여신상
정의의 여신 — 눈을 가리고 저울을 들다
눈을 가린 것은 상대가 누구인지 보지 않고 치우침 없이 판단하겠다는 뜻이고, 저울은 각자의 몫을 정확히 재겠다는 뜻이다.
📷 ChvhLR10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것”이라 풀이했다. 여기서 핵심은 ‘몫’을 정당하고 공정하게 나누는 데 있다. 누구에게나 무조건 똑같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처지와 기여를 헤아려 마땅히 받아야 할 만큼을 주는 것이 정의다.

정의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규칙이 얼마나 공정한가의 문제다. 그래서 정의로운 사회를 그려 보는 일은, 우리가 어떤 규칙과 제도 위에서 더불어 살 것인지를 함께 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의는 사회 제도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덕목이다.”
— 존 롤스 (John Rawls, 『정의론』, 1971)

👆 카드를 누르면 뜻 · 예시 · 생각할 질문이 펼쳐집니다.

SECTION · 02

정의란 무엇인가 — 각자에게 그의 몫을

정의(正義)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자, 옳음의 기준이다. 그 오랜 뜻은 ‘각자에게 그의 정당한 몫을 주는 것’, 곧 공정함이다.

사회에는 나눌 것이 많다. 재화와 소득, 기회와 자리, 권리와 의무, 상과 벌… 이 모든 것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나눌 것인가를 공정하게 정하는 것이 정의의 일이다. 그래서 정의는 사회 협동을 지탱하는 기본 규칙이 된다. 규칙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협동은 무너진다.

현대 철학자 존 롤스는 이 점을 강하게 표현했다. 그는 정의를 사회 제도의 ‘제1의 덕목’이라 불렀다. 아무리 효율적이고 잘 정돈된 제도라도, 그것이 정의롭지 않다면 마땅히 고치거나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진리가 학문의 첫째 덕목이듯, 정의는 사회 제도의 첫째 덕목이라는 뜻이다.

🧱 사회 협동의 기본 규칙

사람들은 혼자보다 함께 일할 때 더 많은 것을 이룬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익과 부담을 공정하게 나누는 약속이 곧 정의다. 공정한 규칙이 있어야 협동이 오래간다.

🏛️ 제도의 제1덕목 — 롤스

롤스는 정의를 사회 제도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덕목이라 보았다. 정의롭지 못한 법과 제도는, 아무리 편리해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주 하는 오해

“정의로운 사회란 모두에게 무조건 똑같이 나눠 주는 사회다.”

바르게 알기

정의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하는 것이다. 처지와 필요가 다른 사람을 똑같이 대하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할 수 있다. 때로는 다르게 배려하는 것이 더 정의롭다.

SECTION · 03

무엇이 공정한 분배인가

한정된 것을 여럿이 나눌 때,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나눠야 공정할까? 흔히 능력·업적·필요가 기준으로 쓰인다. 그런데 어느 하나만으로는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무엇이 공정한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늘 논쟁적이다.

같은 장학금이라도, ‘성적이 뛰어난 학생’에게 줄지, ‘가장 열심히 노력한 학생’에게 줄지, ‘형편이 가장 어려운 학생’에게 줄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세 기준 모두 나름의 정당한 이유가 있지만, 저마다 한계도 있다. 아래 상황에서 직접 기준을 골라 보며, 각 기준의 장점과 한계를 견주어 보자.

🎓 장학금, 누구에게 줄까?

학교에 장학금 한 자리가 생겼다. 세 학생 중 누구에게 주는 것이 공정할까? 아래 분배 기준을 하나씩 눌러, 그 기준이라면 누가 받게 되는지 확인해 보세요.

🎯유나실력과 잠재력이 가장 뛰어남
🔥도현오래 성실히 노력해 뚜렷한 성과를 냄
🌱서연형편이 어려워 도움이 가장 절실함

이처럼 ‘무엇이 공정한 분배인가’에는 단 하나의 정답이 없다. 그래서 실제 사회는 상황에 따라 여러 기준을 함께 쓴다. 시험은 능력·업적을 존중하고, 복지 제도는 필요를 우선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준을 왜 택하는지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갖추는 일이다.

SECTION · 04

롤스의 정의론 — 무지의 베일

공정한 규칙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롤스는 놀라운 제안을 한다. “내가 이 사회에서 어떤 처지에 놓일지 모른다고 상상하고 규칙을 정하라.” 이 상상 속 출발점을 원초적 입장, 그때 쓰는 상상의 가리개를 무지의 베일이라 부른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존 롤스
존 롤스 (John Rawls, 1921~2002)
『정의론』(1971)에서 무지의 베일정의의 두 원칙을 제시해, 공정한 사회 규칙을 어떻게 정할 수 있는지 새롭게 물었다.
📷 Published by the Belknap Press of Harvard University Pres…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무지의 베일을 쓰면, 나는 내가 부자일지 가난할지, 재능이 많을지 적을지, 어떤 성별·집안에서 태어날지를 전혀 알 수 없다.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모른 채 규칙을 정하면, 나는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규칙을 만들 수 없다. 혹시 내가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원칙에 합의하게 된다. 아래에서 직접 규칙을 정하고 베일을 벗어 보자.

SIMULATION · 무지의 베일

내가 어디에 태어날지 모른 채, 사회의 규칙을 정한다면?

당신은 곧 이 사회의 한 사람으로 태어납니다. 하지만 어떤 위치에 태어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모두가 함께 지킬 세 가지 규칙을 정하세요. 그런 다음 베일을 벗고 당신의 자리를 확인해 봅시다.

💰세금과 재분배 거둔 세금으로 어려운 이를 얼마나 도울까?
🛟복지와 안전망 병·실직·장애 같은 위기에 대한 보호
📚교육 기회 배움의 출발선을 어떻게 맞출까?
세 가지 규칙을 모두 정한 뒤 눌러 보세요. 다시 누르면 다른 삶으로 태어납니다.

여러 번 태어나 보면 알게 된다. 내가 어느 자리에 놓일지 모른다면, 가장 어려운 처지의 사람도 견딜 수 있는 규칙을 택하는 것이 나에게도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이다. 롤스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모두가 합의할 만한 정의의 두 원칙을 이끌어 냈다.

1
First Principle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원칙

모든 사람은 언론·양심·정치 참여 같은 기본적 자유를 평등하게 누려야 한다. 이 자유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장되며, 어떤 이유로도 함부로 빼앗을 수 없다.

2
Second Principle
차등의 원칙 · 공정한 기회균등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허용되려면 두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① 그 불평등이 가장 어려운 사람(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될 때, ② 그리고 지위와 직책이 공정한 기회균등 아래 모두에게 열려 있을 때.

📌 두 원칙에는 순서가 있다. 제1원칙(자유)이 제2원칙보다 우선한다. 즉, 경제적 이익을 위해 기본적 자유를 희생시킬 수는 없다. 불평등은 완전히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약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만 정당해진다.

SECTION · 05

다른 목소리, 그리고 민주적 종합

롤스의 생각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정의를 바라보는 눈은 여럿이다. 서로 다른 관점을 귀 기울여 듣고, 그 의견들을 민주적으로 종합해 가는 과정 자체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힘이다.

⚖️ 롤스 평등적 자유주의

기본적 자유는 평등하게 보장하되,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에게 이익이 될 때만 정당하다. 국가의 재분배는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필요하다.

🕊️ 노직 자유지상주의

재산을 정당하게 취득·이전했다면 그것은 온전히 개인의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세금으로 재산을 거둬 재분배하는 것은 개인의 소유권 침해라고 본다. 국가의 역할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미국의 철학자 로버트 노직
로버트 노직 (Robert Nozick, 1938~2002)
같은 시대에 롤스와 맞선 자유지상주의의 대표 사상가. 정당하게 얻은 재산에 대한 국가의 재분배를 소유권 침해로 보았다.
📷 Libertarian Review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이 밖에도 공동체주의는 개인의 몫을 따지기 전에, 그 사회가 함께 추구하는 공동선(共同善)과 미덕을 중시한다. 정의란 공동체의 역사와 가치 안에서 각자에게 어울리는 몫을 정하는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렇듯 능력·업적·필요 어느 하나로도, 또 어느 한 사상가의 이론만으로도 정의를 다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절차적 정의가 중요해진다. 결과가 완벽하게 옳은지 미리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규칙을 정하는 절차가 공정한지에 주목한다.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하고, 충분히 토론하며, 소수의 목소리까지 존중하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의견을 모을 때, 그 결과는 정당성을 얻는다. 정의로운 사회는 완성된 정답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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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정의로운 사회’ 그려 보기

정답을 맞히는 활동이 아닙니다. 내가 바라는 사회를 상상하고 그 이유를 정리해 보는 성찰의 시간이에요. (입력한 내용은 저장되지 않으며 나만 봅니다.)

※ 저장 기능은 없습니다. 화면을 나가면 내용은 사라집니다.
SECTION · 06

형성평가 · 점검 5문항

배운 내용을 스스로 점검해 보자. 보기를 누르면 바로 채점되고 해설이 펼쳐진다.

맞춘 문제 0 / 5
Q1
정의의 기본 의미로 가장 알맞은 것은?
해설. 정의는 ‘각자에게 그의 정당한 몫을 주는 것’, 곧 공정함이다. 무조건 똑같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처지와 기여를 헤아려 마땅한 몫을 주는 것이다.
Q2
롤스가 “사회 제도가 갖추어야 할 제1의 덕목”이라고 본 것은?
해설. 롤스는 진리가 학문의 첫째 덕목이듯 정의는 사회 제도의 첫째 덕목이라 보았다. 정의롭지 못한 제도는 편리해도 바로잡아야 한다.
Q3
롤스의 무지의 베일(원초적 입장)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은 것은?
해설. 무지의 베일을 쓰면 자신의 위치를 모르므로 한쪽에 유리하게 규칙을 정할 수 없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공정한 원칙에 합의하게 된다.
Q4
롤스의 차등의 원칙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은 것은?
해설. 차등의 원칙은 불평등을 아예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사람(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익이 되고 공정한 기회균등이 지켜질 때에만 불평등을 허용한다.
Q5
정의에 대한 관점의 연결이 알맞지 않은 것은?
해설. 노직(자유지상주의)은 정당하게 얻은 재산에 대한 국가의 재분배를 소유권 침해로 보아 반대한다. 따라서 ④는 노직의 관점과 정반대이므로 알맞지 않은 연결이다.

핵심 정리

정의
각자에게 그의 몫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정의의 핵심
제1덕목
사회 제도의 첫째 덕목
롤스 — 정의롭지 못한 제도는 바로잡는다
분배 기준
능력·업적·필요
저마다 장점과 한계, 상황에 따라 논쟁적
무지의 베일
원초적 입장
내 처지를 모른 채 정하면 공정해진다
두 원칙
평등한 자유 + 차등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에게 이익일 때만 정당
민주적 종합
함께 만드는 과정
공정한 절차로 다양한 의견을 모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