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① · Ⅱ. 도덕적으로 살아가기 · LESSON 01

옳고 그름의 분별

우리는 매일 “이건 옳은 걸까, 그른 걸까?”를 묻는다. 그런데 무엇을 기준으로 답해야 할까? 느낌이나 다수의 목소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려면 도덕적 기준(원리)이 필요하고, 그 위에서 상상력과 추론으로 판단을 세워야 한다.

ACHIEVEMENT STANDARD학습 목표
[9도01-04]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도덕적 기준을 탐구하고, 도덕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일상의 도덕 문제들에 도덕적 추론을 적용할 수 있다.
01도덕 판단의 구조를 이해하고 도덕 원리로 추론할 수 있다
02의무론·공리주의·동양 윤리 등 도덕 기준을 비교·탐구할 수 있다
03도덕적 상상력으로 일상의 도덕 문제에 추론을 적용할 수 있다
SECTION · 01

옳고 그름, 무엇을 기준으로 가릴까

누군가 “이건 옳지 않아”라고 말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되묻는다. “왜?” 그 ‘왜’에 답하려면 판단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도덕은 기분이나 눈치가 아니라 합리적인 근거 위에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이다.

도덕 문제 앞에서 우리는 종종 “왠지 그건 아닌 것 같아”라고 느낀다. 그 직관은 소중한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거나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어렵다. 옳고 그름을 제대로 분별하려면, 판단의 바탕이 되는 도덕 원리(도덕적 기준)가 필요하다. 동양과 서양의 여러 윤리 이론은 바로 이 기준을 다듬어 온 ‘생각의 도구상자’이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是非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 맹자, 『맹자』 공손추편

도덕 판단은 그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구조를 갖는다. 논리학의 삼단논법처럼, 도덕 판단도 도덕 원리(대전제)사실 판단(소전제)을 딛고 도덕 판단(결론)에 이른다. 예를 들어 “거짓말은 나쁘다(원리)”와 “이것은 거짓말이다(사실)”가 만나면 “그러므로 이것은 나쁘다(판단)”가 도출된다. 이렇게 근거를 밝혀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도덕적 추론이라고 한다.

MORAL REASONING · 도덕 추론 삼단논법

도덕 판단 조립하기

도덕 원리(대전제) 하나와 사실 판단(소전제) 하나를 골라, 어떤 도덕 판단(결론)이 나오는지 확인해 보세요. 두 전제가 같은 고리로 이어져야 결론이 성립합니다.

대전제도덕 원리
소전제사실 판단

추론이 튼튼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사실 판단이 정확해야 한다(정말 거짓말이 맞는가?). 둘째, 도덕 원리가 올바르고 정당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도덕 원리가 좋은 기준인가?”를 끊임없이 물어 왔다. 아래 네 가지는 그 대표적인 대답들이다.

👆 카드를 누르면 뜻 · 예시 · 생각할 질문이 펼쳐집니다.

자주 하는 오해

“옳고 그름은 그냥 사람마다 다른 취향일 뿐이야. 정답이 없으니 무엇을 골라도 상관없어.”

바르게 알기

도덕 판단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근거와 기준을 대고 합리적으로 따질 수 있으며, 더 나은 근거와 덜 나은 근거를 구별할 수 있다. 여러 이론은 그 근거를 다듬기 위한 것이다.

SECTION · 02

의무론 — 행위 그 자체의 옳음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어떤 행위의 옳고 그름이 결과가 아니라 행위 그 자체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결과가 좋아도 옳지 않은 행위가 있고, 결과와 상관없이 마땅히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임마누엘 칸트 초상화
칸트 —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라”
평생을 규칙적인 사색 속에 살며 도덕 법칙을 탐구한 철학자. 그는 결과가 아니라 의무에서 도덕의 근거를 찾았다.
📷 Johann Gottlieb Becker (1720-1782)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칸트에 따르면, 도덕적으로 선한 것은 오직 선의지(善意志)뿐이다. 선의지란 ‘옳기 때문에 옳은 일을 하려는 마음’이다. 이익이 되어서, 칭찬받아서가 아니라 그것이 나의 의무이기 때문에 행할 때 그 행위는 도덕적 가치를 지닌다. 칸트는 이런 무조건적 명령을 정언명령(定言命令)이라 불렀다.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되도록 행위하라.”
— 칸트, 『실천이성비판』

정언명령은 흔히 두 가지 정식으로 이야기된다.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던지는 두 개의 시험 질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Formula 1 · 보편화 가능성
“내 행동의 원칙(준칙)이 모든 사람의 법칙이 되어도 괜찮은가?”

모두가 그렇게 행동한다고 상상해 보라. 예컨대 ‘곤란하면 거짓말한다’를 모두가 따르면, 약속과 말은 아무 의미가 없어져 거짓말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스스로 무너지는 원칙은 옳은 원칙이 아니다.

Formula 2 · 인간을 목적으로
“나는 상대를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존엄한 목적이다. 사람을 오직 내 이익을 위한 도구로만 대해서는 안 된다. 인간을 언제나 목적으로 대할 때 그 행위는 도덕적으로 정당하다.

💪 강점

인간 존엄성을 확고히 지킨다.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한 사람을 함부로 희생시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도덕의 보편성과 원칙을 분명히 세운다.

🧩 한계

서로 다른 의무가 충돌할 때(예: 정직 vs 생명 보호) 무엇을 우선할지 답하기 어렵다. 원칙을 지나치게 고수하면 현실의 결과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SECTION · 03

공리주의 — 결과가 만드는 행복

영국의 벤담은 칸트와 정반대 지점에서 출발한다. 어떤 행위의 옳고 그름은 행위의 결과, 곧 그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행복(유용성)을 가져오는지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제러미 벤담 초상화
벤담 —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공리주의의 문을 연 영국의 사상가. 그는 쾌락과 고통을 양으로 계산해 사회 전체의 행복을 늘리는 것이 옳음의 기준이라고 보았다.
📷 Henry William Pickersgill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공리주의의 원리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쾌락(행복)을 늘리고 고통을 줄이는 행위가 옳은 행위이다. 벤담은 쾌락을 강도·지속성 등으로 양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밀은 여기에 중요한 물음을 던졌다. 쾌락에는 높고 낮은 질(質)의 차이가 있지 않을까?

“만족한 돼지보다 불만족한 인간이 낫고, 만족한 바보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낫다.”
— J. S. 밀, 『공리주의』
📏 벤담 양적 공리주의

모든 쾌락은 으로 잴 수 있다. 더 많은 쾌락, 더 적은 고통을 낳는 쪽이 옳다. 쾌락의 종류에는 질적 차이가 없다고 보았다.

🎼 밀 질적 공리주의

쾌락에는 높고 낮은 질이 있다. 지적·정신적 즐거움은 감각적 쾌락보다 더 가치 있다. 그래서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택한다.

존 스튜어트 밀 사진
밀 — 쾌락에도 높고 낮은 질이 있다
벤담의 뒤를 이으면서도, 지적·정신적 즐거움이 감각적 쾌락보다 더 가치 있다고 본 질적 공리주의의 사상가.
📷 London Stereoscopic Company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공리주의는 모든 사람의 행복을 평등하게 계산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사회 정책이나 공공 선택에서 “어느 쪽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이로운가”를 따지는 사고방식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결과와 다수만을 앞세우면, 소수의 권리가 밀려나 버릴 수 있다는 위험도 함께 지니고 있다.

공리주의를 오해하면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소수의 희생은 언제나 정당하다.

함께 짚어 볼 점

이것이 공리주의의 대표적 한계다. 결과의 총합만 따지면 개인의 권리와 정의가 짓밟힐 수 있다. 그래서 의무론은 “한 사람도 수단으로만 대해서는 안 된다”며 공리주의를 견제한다. 두 이론은 서로를 보완한다.

SECTION · 04

동양 윤리와 배려 — 마음에서 시작하는 도덕

서양의 의무론·공리주의가 이성적 원리와 계산을 강조했다면, 동양의 유교와 현대의 배려 윤리는 사람의 마음, 관계, 공감에서 도덕의 뿌리를 찾는다.

맹자 초상
맹자 — 사단(四端)과 성선설
사람은 누구나 선한 마음의 싹을 타고난다고 본 유교 사상가. 그 네 싹 가운데 시비지심이 이 단원의 주제와 곧바로 맞닿는다.
📷 anonymous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유교의 맹자는 인간이 본래 선한 도덕적 마음을 타고난다고 보았다(성선설). 그는 이 착한 본성의 실마리를 사단(四端), 곧 ‘네 가지 마음의 싹’으로 설명했다.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보면 누구나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이는데, 이것이 바로 도덕이 우리 안에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 카드를 누르면 뜻 · 예시 · 생각할 질문이 펼쳐집니다.

특히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이 단원의 주제인 ‘옳고 그름의 분별’과 곧바로 이어진다. 맹자는 이 마음이 지혜(智)의 실마리이며, 잘 기르고 넓히면 누구나 도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도덕은 밖에서 억지로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선한 싹을 길러 내는 일이다.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無惻隱之心 非人也).”
— 맹자, 『맹자』 공손추편

한편 현대 윤리학자 길리건나딩스배려 윤리를 제시했다. 이들은 도덕을 오직 보편적 원리와 정의로만 설명하려는 전통(정의 윤리)이 관계·공감·돌봄이라는 또 다른 목소리를 놓쳤다고 보았다. 배려 윤리는 추상적 원칙보다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 상대의 필요에 응답하는 일을 중시한다. 아파하는 친구 곁을 지키는 마음은 계산이 아니라 돌봄이다.

🌿 유교의 사단 타고난 도덕심

인간은 선한 마음의 싹을 타고난다. 이를 기르고 넓혀 인·의·예·지의 덕을 이룬다. 도덕은 본성의 실현이다.

🤲 배려 윤리 관계와 돌봄

원리보다 관계와 공감을 중시한다. 정의 윤리를 보완하며, 구체적 상황 속에서 상대를 돌보는 응답을 강조한다.

SECTION · 05

도덕적 상상력으로 판단하기

이제 우리 손에는 여러 개의 도덕적 기준이 있다. 하지만 기준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문제 앞에서는 도덕적 상상력 — 상대의 입장과 감정에 공감하고 여러 대안을 떠올리는 힘 — 과 도덕적 추론을 함께 발휘해야 한다.

도덕적 상상력이란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어떤 마음일까?’를 상상하고, ‘다른 길은 없을까?’를 떠올리며, ‘이 선택이 낳을 결과는 무엇일까?’를 미리 그려 보는 능력이다. 여기에 우리가 배운 이론들이 서로 다른 렌즈가 되어 준다. 같은 상황도 의무론의 눈과 공리주의의 눈으로 보면 다르게 보인다. 아래 표에서 기준별로 눌러 비교해 보자.

⚖️ 의무론 vs 📊 공리주의

같은 물음에 두 이론은 어떻게 다르게 답할까요? 아래 기준을 눌러 나란히 비교해 보세요.

의무론
DEONTOLOGY
공리주의
UTILITARIANISM

이론이 서로 부딪치는 순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 바로 ‘트롤리 딜레마(전차 문제)’다. 철학자 필리파 풋과 주디스 톰슨이 다듬은 이 사고 실험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자.

트롤리 딜레마를 나타낸 선로 그림
트롤리 딜레마 — 두 이론이 갈리는 지점
그대로 두면 다섯 사람, 레버를 당기면 한 사람. 똑같은 장면을 두고 공리주의는 결과의 크기를, 의무론은 사람을 수단으로 삼지 않는 원칙을 먼저 본다.
📷 Original: McGeddon Vector: Zapyon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THOUGHT EXPERIMENT · 트롤리 딜레마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

전차의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 이대로 직진하면 선로에서 일하던 다섯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당신 앞에는 선로를 바꾸는 레버가 있다. 레버를 당기면 전차는 다른 선로로 방향을 틀지만, 그 선로에는 한 사람이 있다.

🚃 🧍🧍🧍🧍🧍 🧍
직진 선로: 다섯 사람 🧍×5  ·  갈라지는 선로: 한 사람 🧍
🤔 당신은 레버를 당기겠습니까?
🌉 변형 · 육교 위의 사람

이번엔 레버가 없다. 당신은 선로 위 육교에 서 있고, 옆에는 몸집이 아주 큰 사람이 난간에 기대 있다. 그 사람을 밀어 떨어뜨리면 전차가 멈춰 다섯 명을 살릴 수 있다. 결과(다섯을 살리고 한 명이 희생)는 앞과 똑같다. 그런데 당신은 그 사람을 밀 수 있는가?

트롤리 딜레마에 정해진 정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알아차리는 일이다. 결과를 중시하는가(공리주의), 아니면 사람을 수단으로 삼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가(의무론)?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상대의 입장을 상상하고 더 나은 대안이 없는지 헤아리는 것 — 그것이 도덕적 상상력의 힘이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자.

✍️ 나의 도덕 판단 돌아보기

정답을 맞히는 활동이 아닙니다. 내가 어떤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지 스스로 살펴보는 성찰의 시간이에요. (입력한 내용은 저장되지 않으며 나만 봅니다.)

※ 저장 기능은 없습니다. 화면을 나가면 내용은 사라집니다.
SECTION · 06

형성평가 · 점검 5문항

배운 내용을 스스로 점검해 보자. 보기를 누르면 바로 채점되고 해설이 펼쳐진다.

맞춘 문제 0 / 5
Q1
도덕 추론(삼단논법)에서 대전제에 해당하는 것은?
해설. 도덕 추론은 도덕 원리(대전제) + 사실 판단(소전제) → 도덕 판단(결론)의 구조를 갖는다. “거짓말은 나쁘다”와 같은 도덕 원리가 대전제이다.
Q2
칸트의 의무론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해설. ①②④는 공리주의의 특징이다. 칸트는 결과가 아니라 행위 자체의 옳음을 보며, 정언명령으로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라”고 강조했다.
Q3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내세우며 결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한 사상가는?
해설. 공리주의는 벤담과 밀이 대표한다. 벤담은 쾌락의 을, 밀은 쾌락의 을 중시했다.
Q4
맹자의 사단(四端)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은?
해설.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으로, 지혜(智)의 실마리이다. 측은지심(인), 수오지심(의), 사양지심(예)과 함께 사단을 이룬다.
Q5
배려 윤리(길리건·나딩스)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해설. 배려 윤리는 오히려 보편적 원리와 정의만을 앞세우는 정의 윤리를 비판·보완하며, 관계·공감·돌봄이라는 ‘다른 목소리’를 강조한다. 따라서 ③이 옳지 않다.

핵심 정리

도덕 판단
원리 + 사실 → 판단
도덕 추론 삼단논법으로 근거를 밝힌다
의무론
행위 자체의 옳음
칸트 · 정언명령 · 인간을 목적으로
공리주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벤담(양적)·밀(질적) · 결과로 판단
유교(사단)
타고난 도덕심
측은·수오·사양·시비지심 · 맹자
배려 윤리
관계·공감·돌봄
길리건·나딩스 · 정의 윤리의 보완
태도
도덕적 상상력+추론
공감과 대안 상상으로 일상에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