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홈
3단원 · 4차시

내 직업은 사라지나
일을 업무로 쪼개 재 보기

“의사는 안전하고 운전기사는 위험하다” — 이 말은 직업을 하나의 덩어리로 봅니다. 그런데 같은 직업 안에서도 어떤 일은 이미 기계가 하고 어떤 일은 아직 아무도 못 합니다. 오늘은 직업을 업무로 쪼개고, 업무마다 점수를 매겨 내 손으로 재 봅니다.

성취기준 12인기03-02
업무네 병목 자동화 노출도업무 재배치 직업 안 / 직업 사이소멸 · 증강 · 탄생
🎯 학습 목표
  • 직업 하나를 업무 5∼7개로 쪼개고, 자동화를 막는 네 병목에 점수를 매겨 업무별 자동화 가능성과 직업 전체의 노출도를 계산할 수 있다.
  • 같은 직업 안에서 업무마다 얼마나 갈리는지를 재고, 그 갈림이 직업 사이의 차이보다 큰지를 내가 얻은 숫자로 판정할 수 있다.
  • 노출도가 ‘사라질 확률’이 아니라는 것을 업무 재배치로 설명하고, 이 계산이 놓치고 있는 것을 세 가지 이상 들 수 있다.
🤔

여는 장면 — 같은 물음, 47%와 9%

진로 이야기가 나오면 꼭 따라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직업은 곧 없어진대.” “이 직업은 AI가 못 해.” 그런데 이 말들은 대개 근거 없이 오고 갑니다. 오늘은 근거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같은 물음을 던진 두 연구가 있습니다. 답이 크게 다릅니다.

직업을 통째로 쟀을 때
47%

2013년 옥스퍼드 마틴 스쿨의 프레이와 오즈번은 미국의 직업들을 컴퓨터로 대체될 가능성에 따라 줄 세운 뒤, 미국 고용의 47%가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출처: Frey & Osborne, The Future of Employment (2013), Oxford Martin School

업무로 쪼개어 다시 쟀을 때
9% (한국 6%)

3년 뒤 OECD 연구진이 같은 물음을 업무 단위로 다시 쟀습니다. 21개국 평균 9%, 한국과 에스토니아는 6%로 가장 낮았고 독일·오스트리아가 12%로 가장 높았습니다. 출처: Arntz · Gregory · Zierahn, The Risk of Automation for Jobs in OECD Countries, OECD Social, Employment and Migration Working Papers No.189 (2016)

다섯 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어느 한쪽이 계산을 틀린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잰 단위가 다릅니다. 앞의 연구는 직업 하나를 통째로 ‘위험’과 ‘안전’으로 갈랐고, 뒤의 연구는 같은 직업 안의 업무를 하나씩 따로 쟀습니다. OECD 보고서는 그 이유를 이렇게 적습니다 — 고위험으로 분류된 직업 안에도 자동화하기 어려운 업무가 상당히 남아 있다.

그러니 오늘의 물음은 이것입니다.

❓ 오늘의 물음

직업 사이의 차이가 큰가, 한 직업 안 업무 사이의 차이가 큰가?
그리고 그 답은 ‘내 직업이 사라지나’라는 질문을 어떻게 바꾸는가?

지난 1차시에서 우리는 하루에 만나는 인공지능 접점 24개를 세면서, 그중 ‘원래는 다른 사람이 하던 판단’에 해당하는 것을 10개 따로 표시해 두었습니다. 열차를 몇 대 더 넣을지 정하던 배차 담당자, 화면을 지켜보던 관제원, 도용 결제를 가려내던 심사 담당, 발음을 들어 주던 사람 — 그 10개가 바로 오늘의 재료입니다. 그때 표시만 해 두고 넘어갔던 것을 오늘 정면으로 다룹니다.

마트 계산대 위에 놓인 무인 계산 단말기 한 대 — 화면·카드 결제기·바코드 스캐너·무게 받침이 달려 있다
마트의 무인 계산대입니다. 여기서 없어진 것은 ‘계산원’이라는 직업이 아니라 ‘바코드를 찍고 돈을 받는 업무’입니다. 같은 매장에서 물건을 채우고, 나이를 확인하고, 기계가 멈추면 달려오는 일은 여전히 사람이 합니다. 오늘 배울 눈으로 보면 이 사진은 ‘직업이 사라진 장면’이 아니라 업무가 옮겨 간 장면입니다. 출처: Triplec85,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1

직업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다 — 업무의 묶음이다

‘교사’라는 직업 이름 하나로는 아무것도 잴 수 없습니다. 교사가 하루에 하는 일을 적어 보면 서로 아주 다른 일들이 나옵니다. 수업을 설계하고, 교실에서 설명하고, 시험을 채점하고, 학생과 상담하고, 학부모에게 전화하고, 공문을 처리합니다. 이 중 채점과 상담을 나란히 놓아 보세요. 한쪽은 이미 기계가 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기계에게 맡길 생각조차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교사는 안전한가’라는 질문은 이 둘을 한 덩어리로 묶어 버립니다. 그래서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 단원에서 쓸 말을 먼저 정해 둡시다.

  • 직업 — 사람이 맡는 자리. ‘교사’, ‘간호사’.
  • 업무 — 그 자리에서 하는 낱낱의 일. ‘채점하기’, ‘상담하기’. 동사로 끝나는 하나의 행위이고, 근무 시간의 몇 %를 차지하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동화는 직업을 통째로 데려가지 않습니다. 업무를 하나씩 가져갑니다. 그래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대개 ‘직업 소멸’이 아니라 업무 재배치입니다. 직업 이름은 그대로인데, 그 이름 안에서 하는 일의 구성이 바뀌는 것이지요.

통념 — 직업 하나를 한 색으로 칠한다 직업 ‘교사’ — 위험? 안전? 한 덩어리로 물으면 답이 하나뿐이라, 안에서 무엇이 갈리는지 보이지 않는다. 오늘 — 같은 직업을 업무로 쪼갠다 (칸의 너비 = 근무시간 비중) 수업 설계 0.62 20% 수업 진행 0.50 25% 채점 0.94 10% 개별 상담 0.38 20% 학부모 0.50 10% 행정 0.94 15% 같은 직업 안에서 0.94와 0.38이 나란히 있다 — 폭 0.56. 직업 아홉의 노출도가 벌어진 폭 0.28보다 이 안쪽 폭이 더 넓다.

숫자는 뒤에서 우리가 직접 계산할 값입니다. 지금은 ‘한 막대 안에서 색이 갈린다’는 것만 보아 두세요.

이렇게 보면 진로에 대한 질문이 통째로 바뀝니다. “이 직업이 살아남을까”가 아니라 “이 직업 안에서 무엇이 넘어가고 무엇이 남을까”가 됩니다. 앞의 질문에는 아무도 답할 수 없지만, 뒤의 질문은 오늘 여러분이 직접 계산할 수 있습니다.

2

무엇이 자동화를 막는가 — 네 개의 병목

업무마다 자동화 가능성이 다르다면,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기계가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을 갈라 보면 네 가지가 자꾸 걸립니다. 이것을 병목이라 부르고, 업무마다 0점에서 4점까지 매기겠습니다. 점수가 높을수록 사람의 몫이 크다는 뜻입니다.

병목 ①

창의적 문제 정의

무엇을 할지를 정하는 일.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세우는 것입니다. 기계는 주어진 목표를 향해 잘 달리지만, 목표 자체를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높은 예: 메뉴 개발(4) · 콘셉트 정의(4)
낮은 예: 전표 입력(0) · 경로 선택(0)

병목 ②

대인 공감 · 설득

사람의 마음을 읽고 움직이는 일. 말의 내용이 아니라 태도가 일을 하는 자리입니다. 겁먹은 사람을 안심시키거나, 상대의 양보 선을 읽는 것이 여기 듭니다.

높은 예: 환자 설명·안심(4) · 개별 상담(4)
낮은 예: 영수증 분류(0) · 레이아웃 조정(0)

병목 ③

비정형 손기술 · 현장 변수

정해지지 않은 몸놀림. 대상이 매번 달라서 절차로 굳힐 수 없는 일입니다. 공장의 정해진 자리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여기 들지 않습니다.

높은 예: 조리 불·간 조절(4) · 커트(4)
낮은 예: 판례 검색(0) · 급여 계산(0)

병목 ④

책임지는 판단

틀렸을 때 책임을 지는 자리. 기술이 아니라 제도가 만드는 병목입니다. 기계가 답을 낼 수 있어도, 그 답에 이름을 걸 사람은 따로 필요할 수 있습니다.

높은 예: 응급 상황 대응(4) · 최종 선택(4)
낮은 예: 전표 입력(0) · 예약·정산(0)

네 병목의 점수를 하나의 값으로 합칩니다. 규칙은 단순합니다.

💡 오늘의 계산 규칙

자동화 가능성 = 1 − (네 병목 점수의 합) ÷ 16

병목이 하나도 없으면(0+0+0+0) 1.00 — 전부 자동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네 병목이 다 4점이면(4+4+4+4=16) 0.00 — 사람만 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분모 16은 네 병목의 만점 4×4에서 왔습니다.

실제로 네 줄만 손으로 계산해 봅시다. 곱셈도 없이 나눗셈 하나뿐입니다.

업무창의공감손기술책임 합1 − 합/16가장 두꺼운 병목
회계원 — 전표 입력0000 01.0000없음
교사 — 채점·성적 처리0001 10.9375책임
교사 — 개별 상담·생활지도2404 100.3750공감
간호사 — 응급 상황 대응3334 130.1875책임
같은 ‘교사’ 안에서 채점(0.9375)과 상담(0.3750)이 이렇게 갈립니다. 이 표의 점수는 우리가 근거를 대고 매긴 값이며, 바깥 세상의 조사 결과가 아닙니다.

그리고 직업 전체의 값이 필요합니다. 업무마다 차지하는 근무 시간이 다르므로 단순히 평균 내면 안 됩니다. 시간의 30%를 쓰는 업무와 5%를 쓰는 업무를 똑같이 칠 수는 없으니까요.

💡 자동화 노출도

노출도 = (업무의 시간 비중 × 그 업무의 자동화 가능성)을 모두 더한 값
근무 시간으로 무게를 준 가중평균입니다. 시간 비중의 합은 1.00이어야 합니다. 이름을 노출도라고 붙인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 ‘사라질 확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는 4절에서 합니다.

⚠️ 이 숫자들이 어디서 왔는지 — 반드시 알고 넘어갈 것

오늘 화면에 뜨는 모든 백분율은 우리가 만든 계산입니다. 바깥 세상에서 조사한 통계가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이 셋은 우리가 정한 것입니다.

  • 병목을 넷으로 잡은 것 — 다섯이나 셋으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 분모 16, 그리고 ‘합’으로 더한 것 — 약한 병목 넷이 강한 병목 하나와 같다고 본 셈입니다. 뒤에서 이 가정을 흔들어 봅니다.
  • 업무마다 매긴 0∼4점과 시간 비중 — 근거를 대고 매겼지만 조사값은 아닙니다.

여는 장면의 47%와 9%는 이와 달리 연구자들이 조사해 발표한 값이고, 본문에 출처를 밝혀 두었습니다. 두 종류를 섞어서 인용하면 거짓이 됩니다. 여러분의 보고서에도 이 구분을 그대로 지키세요 — 조사한 값에는 출처를, 스스로 만든 값에는 가정을 적으면 됩니다.

3

직업 ‘안’이 갈리는가, 직업 ‘사이’가 갈리는가

이제 오늘의 물음을 숫자로 바꿀 수 있습니다. 직업 아홉 개를 골라 업무 57개로 쪼개고, 업무마다 네 병목 점수와 시간 비중을 매겨 두었습니다. 어떤 눈으로 점수를 매겼는지는 직업마다 한 줄씩 뒤에 나올 파이썬 코드의 주석에 적어 두었습니다. 업무 하나하나의 근거를 적는 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 과제 ⑥의 채점 기준에서 배점이 가장 큰 항목이 그것입니다. 먼저 직업별 노출도부터 봅시다.

순위직업노출도업무 수 가장 낮은 업무가장 높은 업무안쪽 폭
1회계원84.0%7 0.44 감사 대응1.00 전표 입력0.56
2택시기사73.8%5 0.31 돌발 상황1.00 경로 선택0.69
3요리사62.9%7 0.44 메뉴 개발0.94 발주·재고0.50
4방사선사62.8%5 0.31 응급 판단0.88 장비 점검0.56
5디자이너62.8%7 0.38 콘셉트 정의0.81 시안 뽑기 외 20.44
6교사60.9%6 0.38 개별 상담0.94 채점 · 행정0.56
7변호사59.4%7 0.25 법정 변론0.88 판례 검색0.62
8미용사56.9%6 0.44 커트 외 21.00 예약·정산0.56
9간호사56.1%7 0.19 응급 대응0.88 물품 관리0.69
우리가 매긴 점수로 계산한 값입니다. 조사 결과가 아닙니다. 3∼5위 세 직업(62.9 / 62.8 / 62.8)은 사실상 동점이므로 순위로 읽으면 안 됩니다. 0.1%포인트 차이는 업무 하나의 점수를 1점 올리기만 해도 뒤집힙니다. ‘외 2’나 ‘채점 · 행정’처럼 적힌 칸은 같은 값을 가진 업무가 여럿이라는 뜻입니다 — 가장 높은 업무·가장 낮은 업무도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 자리가 있습니다.

이 표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닙니다. 맨 오른쪽 세 열입니다. 어느 직업에서든 안쪽이 0.44 이상 벌어져 있습니다. 간호사는 0.19(응급 상황 대응)부터 0.88(물품·약품 관리)까지 0.69만큼 벌어졌습니다. 한 사람이 같은 근무복을 입고 하는 일인데도 그렇습니다. 반면 직업 아홉의 노출도는 56.1%에서 84.0%까지, 0.28만큼만 벌어졌습니다.

흰 모자와 흰 가운 차림의 간호사가 청진기를 귀에 꽂고, 커프를 감은 남성 환자의 팔에서 혈압을 재고 있다
청진기와 커프로 혈압을 재는 간호사입니다. 이 활력징후 측정·기록은 병목 합이 3점이라 0.81 — 자동 혈압계가 이미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같은 간호사의 응급 상황 대응은 네 병목이 모두 3점 이상인 57개 중 단 하나의 업무이고, 그 값은 0.19였습니다. 한 근무복 안의 두 업무가 0.6 넘게 벌어집니다. 출처: Linda Bartlett (Photographer),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좁은 식당 주방의 넓은 철판에서 도사(인도식 부침) 여러 장을 한꺼번에 굽는 요리사. 앞 진열대에는 도넛 모양의 튀김이 놓여 있다
요리사의 조리 업무는 손기술 병목이 4점 — 척도의 만점입니다. (업무 57개 중 손기술 4점은 셋뿐입니다 — 조리, 그리고 미용사의 커트와 염색·펌 시술.) 그런데 같은 요리사의 발주·재고 관리는 0.94로, 교사의 채점과 같은 값이 나왔습니다. 직업이 달라도 업무의 성격이 같으면 값이 같아집니다. 출처: Sunnya343,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세 가지 방법으로 재 본다

“안쪽이 더 넓다”는 인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재는 방법을 정하고 숫자를 내야 합니다. 우리는 세 가지로 재 보았고, 세 방법의 답이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다만 ‘얼마나’는 방법마다 다릅니다. 그것까지 정직하게 적어야 합니다.

재는 방법직업 ‘안’ 직업 ‘사이’몇 배무엇을 재는가
(가) 폭으로0.57640.2788 2.07배업무 최고와 최저의 차이(안) ↔ 노출도 최고와 최저의 차이(사이)
(나) 제곱합으로90.3%9.7% 9.3배업무 57개의 흩어짐 전체를 100으로 놓고 둘로 쪼갠다
(다) 시간가중 분산으로0.03780.0071 5.30배근무 시간으로 무게를 준 흩어짐
세 방법 모두에서 ‘안’이 더 큽니다. 그러나 2.07배 · 9.3배 · 5.30배로 크게 다릅니다 — 결론을 말할 때 반드시 어떤 방법으로 쟀는지 함께 밝혀야 합니다. “몇 배 크다”만 옮겨 적으면 읽는 사람이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이 표의 값은 모두 우리가 매긴 점수에서 나온 것이며, 바깥 세상의 통계와 나란히 놓고 견주면 안 됩니다.

(나)의 제곱합 방법만 조금 더 풀어 봅시다. 업무 57개의 자동화 가능성을 전부 모아, 전체 평균(0.6436)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제곱해 더합니다. 이 전체 흩어짐을 둘로 쪼갤 수 있습니다. 업무가 자기 직업의 평균에서 떨어진 몫(안)과, 직업의 평균이 전체 평균에서 떨어진 몫(사이)입니다. 두 몫을 더하면 전체가 정확히 나와야 합니다 — 우리 계산에서는 2.835663으로 딱 맞았습니다. 이 검산 줄이 있어야 계산이 틀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뒤에서 실제로 이 검산이 무너지는 실수를 한 번 만들어 볼 것입니다.

ℹ️ 가장 좁은 직업조차 — 이것이 결정적이다

아홉 직업 중 안쪽이 가장 좁은 것은 디자이너(0.44)였습니다. 그런데 이 0.44조차 직업 사이의 폭 0.2788보다 넓습니다. “평균적으로 안쪽이 넓다”가 아니라 “가장 좁은 직업에서도 안쪽이 넓다”는 것이지요. 평균은 한쪽으로 튀는 값 하나 때문에 커질 수 있지만, 최솟값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가장 불리한 경우를 확인해 두면 주장이 훨씬 단단해집니다. 보고서를 쓸 때 써먹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물음에 답할 수 있습니다. ‘어느 직업이냐’보다 ‘그 직업의 어느 업무냐’가 자동화를 더 많이 설명합니다. 다만 이 답은 우리가 매긴 점수 위에서만 성립합니다. 뒤에서 여러분이 점수를 바꿔 이 결론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직접 해 볼 것입니다.

4

‘노출도 60%’는 ‘60%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

여기가 오늘 가장 오해하기 쉬운 자리입니다. 교사의 노출도는 60.9%로 나왔습니다. 그럼 교사가 하는 일의 60.9%가 없어지는 걸까요? 아닙니다.

노출도는 0.94짜리 업무와 0.38짜리 업무를 섞어 평균 낸 값입니다. 평균이 60.9%라는 것은 “60.9%만큼의 일이 넘어간다”는 뜻이 아니라 “업무들이 평균적으로 그 정도 위치에 있다”는 뜻일 뿐입니다. 무엇이 먼저 넘어가는지 보려면 선을 하나 그어야 합니다.

자동화 가능성 0.75 이상인 업무를 ‘먼저 넘어갈 후보’로 보겠습니다. (0.75라는 선도 우리가 정한 것입니다. 뒤에서 이 선을 옮겨 볼 것입니다.) 그러면 아주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직업노출도 후보 업무의
시간 몫
후보 몫
− 노출도
남는 일 중 가장 큰 것그 몫의 변화
회계원84.0%85%+1.0%p 감사 대응·설명8% → 53%
택시기사73.8%72%−1.8%p 승객 응대·요금 안내18% → 64%
방사선사62.8%45%−17.8%p 촬영 자세 잡기25% → 45%
교사60.9%25%−35.9%p 수업 진행·설명25% → 33%
간호사56.1%38%−18.1%p 투약·처치20% → 32%
‘후보 업무의 시간 몫’은 자동화 가능성 0.75 이상인 업무들이 근무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맨 오른쪽은 후보 업무가 전부 넘어갔다고 가정하고 남은 시간을 다시 100%로 나눴을 때 그 업무가 갖는 몫입니다.

교사를 보세요. 노출도는 60.9%인데 후보 업무의 시간 몫은 25%뿐입니다. 35.9%포인트나 벌어집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교사의 업무 중 0.75를 넘는 것은 채점(0.94)과 행정(0.94) 둘뿐이고, 나머지 넷은 0.38∼0.62 사이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중간쯤 자동화되는 업무”가 많으면 평균은 올라가지만 선을 넘는 업무는 적습니다. 그러니 노출도 하나만 보고 “이 직업의 60%가 없어진다”고 말하면 완전히 틀린 말이 됩니다.

반대쪽 끝도 보아 두세요. 회계원은 노출도 84.0%에 후보 시간 몫 85%로 거의 같습니다. 일곱 업무 중 감사 대응(0.44)과 이상 거래 확인(0.56) 둘만 빼고 모두 0.75 위에 몰려 있고, 그 둘이 차지하는 시간은 15%뿐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지표라도 어떤 직업에서는 잘 맞고 어떤 직업에서는 크게 어긋납니다. 지표 하나를 모든 직업에 똑같이 적용할 때 늘 이런 일이 생깁니다.

소멸 · 증강 · 탄생은 한 직업 안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흔히 직업을 셋으로 나눕니다 — 사라질 직업, 늘어날 직업, 새로 생길 직업. 그런데 오늘 우리가 본 것에 따르면 이 셋은 서로 다른 직업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 직업 안에서 동시에 일어납니다. 회계원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 소멸하는 업무

전표 입력(1.00) · 영수증 분류(0.94) · 급여 계산(0.94). 시간의 55%가 여기 있었습니다. 이 셋은 회계 소프트웨어가 이미 대부분 합니다.

🟢 증강되는 업무

이상 거래 확인(0.56). 기계가 수상한 건을 뽑아 주면 사람이 “이건 왜 이렇죠?”를 물으러 갑니다. 같은 시간에 훨씬 많은 거래를 볼 수 있게 됩니다.

🔵 새로 붙는 업무

‘기계가 낸 결과를 검증하고 설명하는 일’. 감사 대응·설명(0.44)의 몫이 8%에서 53%로 커집니다. 자동화가 없애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회계원이라는 직업 이름은 남지만, 그 안에서 하는 일이 뒤바뀝니다. 숫자를 입력하던 사람이 숫자를 따져 묻고 설명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앞에서 말한 업무 재배치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회계원 하지 마”가 아니라 “회계원이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얼굴 자리 화면에 눈이 그려진 빨간 협동로봇 두 대 — 왼쪽은 팔이 하나, 오른쪽은 팔이 둘이다
사람 곁에서 함께 일하도록 만들어진 협동로봇 두 대입니다(왼쪽 팔 하나짜리, 오른쪽 팔 둘짜리). 얼굴 자리의 화면에 눈을 띄워, 로봇이 어디를 보고 움직일지 옆 사람이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안전 울타리 안에 갇혀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던 산업용 로봇과 달리 사람과 같은 작업대를 나눠 쓰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사람 대신’이 아니라 ‘업무를 나눠’라는 배치가 현장에서 어떤 모습인지 보여 주는 예입니다. 기술의 예시로만 보고, 특정 회사의 제품으로 읽지 마세요. 출처: Jeff Green / Rethink Robotics, Wikimedia Commons (CC BY 4.0)
5

노출도는 예언이 아니다 — 계산과 현실 사이의 네 개의 문

여기까지 오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럼 노출도가 높은 업무는 곧 없어지겠구나.” 그런데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것은 다릅니다. 계산에서 현실까지 가려면 문을 네 개 지나야 합니다.

① 기술적 가능성

기계가 그 일을 할 수 있는가. 우리가 오늘 계산한 것은 이 문 하나뿐입니다.

② 도입 비용

바꾸는 데 드는 돈과 시간이 사람을 쓰는 것보다 싼가. 기계 값만이 아니라 설치·유지·재교육 비용이 다 들어갑니다.

③ 규제와 책임

법이 허용하는가,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병목 ④(책임)가 기술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④ 사회적 수용

사람들이 그 방식을 받아들이는가.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사람들이 원하지 않으면 도입되지 않습니다.

네 개의 문이 모두 열려야 실제로 바뀝니다. 그래서 기술적으로는 몇 해 전에 이미 가능했는데 아직 그대로인 일이 아주 많습니다. 반대로 아무도 예상 못 한 자리가 갑자기 바뀌기도 합니다. 우리 표에서 자동화 가능성 1.00이 나온 ‘전표 입력’조차, 작은 가게에서는 여전히 손으로 합니다 —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두 번째 문(도입 비용)에서 막혀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화가 사람을 늘린 경우도 있다

자동화 이야기는 줄어드는 쪽만 말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조사해 보면 반대 방향으로 간 사례도 있습니다. 하나만 정확히 보겠습니다.

📖 현금인출기(ATM)와 은행 창구직원

현금을 내주는 일은 창구직원 업무의 큰 몫이었습니다. 기계가 그 일을 가져갔으니 창구직원이 줄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은행 창구직원 수는 정규직 환산 기준으로 연 2.0%씩 늘었습니다.

같은 연구는 두 사례를 더 듭니다. 바코드 스캐너가 들어온 뒤 계산 시간이 18∼19% 짧아졌지만 계산원 수는 늘었고, 전자증거개시 소프트웨어가 문서 검토를 대신하게 된 뒤에도 법률보조원은 늘었습니다.

출처: Bessen, How Computer Automation Affects Occupations (2016), Boston University School of Law Working Paper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오늘 배운 눈으로 보면 설명이 됩니다. 현금을 내주는 업무가 빠지자 창구직원의 남은 시간이 상담과 안내로 재배치되었고, 지점 하나를 운영하는 비용이 싸지자 은행이 지점을 더 냈습니다. 업무가 사라진 것은 맞지만, 그것이 곧 자리의 감소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 사례 하나로 “자동화는 일자리를 늘린다”고 말하면 정반대의 오류가 됩니다. 앞에서 본 OECD 보고서는 ‘고위험군 비율’이 곧 고용 감소가 아닌 이유를 셋 듭니다 — 도입이 생각보다 느리고, 일하는 사람이 업무를 바꾸어 적응하며, 새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늘어난 사례와 줄어든 사례가 함께 있고, 어느 쪽이 될지는 업무 구성과 제도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내릴 결론은 “늘어난다”도 “줄어든다”도 아니어야 합니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가”라야 합니다.

⚠️ 우리 모형이 놓치고 있는 것

오늘 만든 계산은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이지 미래를 맞히는 장치가 아닙니다.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그 도구를 제대로 쓰는 것입니다. 적어도 다섯 가지가 빠져 있습니다.

  1. 새로 생기는 업무와 직업이 없다. 우리 표에는 오늘 존재하는 업무만 들어 있습니다. 기계를 감독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은 대부분 표에 없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5차시에서 정면으로 다룹니다.
  2. 도입 비용과 속도가 없다. 자동화 가능성 1.00인 전표 입력도 작은 가게에서는 여전히 손으로 합니다. 소프트웨어 값과 배우는 시간이 계산에 없습니다.
  3. 제도와 규제가 없다. 자격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 법이 사람의 확인을 요구하는 일은 기술과 무관하게 남습니다. 병목 ④로 어렴풋이 담았을 뿐입니다.
  4. 임금과 근로조건이 없다. 노출도가 높다고 임금이 떨어진다는 근거는 이 계산 안에 전혀 없습니다. 임금은 우리 모형의 변수가 아닙니다. 그런 주장을 하려면 완전히 다른 자료가 필요합니다.
  5. 지역과 사업장 크기가 없다. 같은 ‘요리사’라도 대형 급식소와 동네 식당은 업무 구성이 다릅니다. 우리 표는 하나로 뭉뚱그렸습니다.
⚠️ 오늘 계산을 쓸 때의 태도

노출도가 높게 나온 직업을 두고 “그 직업은 하지 마”라고 말하는 데 이 계산을 쓰면 안 됩니다. 그것은 이 도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 계산이 실제로 답해 주는 것은 하나입니다 — “내가 하려는 일 안에서 무엇이 먼저 넘어가고 무엇이 남을 것 같은가.” 그리고 그 답을 근거로 무엇을 배워 둘지를 스스로 정하는 것입니다. 판단은 계산이 아니라 여러분이 합니다.

💻

손으로 ① — 업무 해부대

이제 여러분이 직접 점수를 매길 차례입니다. 아래 해부대는 파이썬을 부르지 않고 브라우저가 그 자리에서 계산합니다. 슬라이더를 움직이면 막대와 숫자가 바로 따라옵니다.

화면은 두 층입니다. 위층은 직업 하나를 해부해 업무를 늘어놓고, 아래층은 ‘비교함’에 담긴 직업들을 나란히 놓아 직업 안의 편차와 직업 사이의 편차를 견줍니다. 처음 열면 프리셋 아홉 개가 모두 비교함에 담겨 있으므로, 아래층 숫자가 앞 표의 0.5764 / 0.2788 / 2.07배와 같은지 먼저 확인하세요.

🧩 업무 해부대 — 병목 점수를 내가 매긴다 INTERACTIVE

직업을 고르면 업무가 막대로 늘어섭니다. 막대의 길이는 자동화 가능성, 두께는 근무시간 비중입니다. 그래서 칠해진 넓이의 비율이 곧 노출도가 됩니다. 네 병목 슬라이더를 움직여 점수를 바꾸고, 시간 비중도 직접 고쳐 보세요. 맨 아래 ‘내 직업 만들기’를 고르면 빈 칸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업무 낮은 업무 노출도(시간가중 평균) 후보 기준선
노출도—시간가중 평균
안쪽 폭—최고 − 최저
후보 시간 몫—기준선 위 업무
시간 비중 합—1.00 이어야 한다
먼저 넘어갈 업무— 
끝까지 남을 업무— 

아래층 — 비교함. 여러 직업을 담으면 직업마다 세로 막대가 그려집니다. 막대의 위아래 길이가 그 직업 안의 편차이고, 가로로 깔린 분홍 띠가 직업 사이의 편차입니다. 어느 쪽이 넓은지 눈으로 보세요.

직업 ‘안’ 폭 평균—(가) 방법
직업 ‘사이’ 폭—노출도 최고−최저
안 ÷ 사이—1보다 크면 안쪽 승
제곱합 — 안—(나) 방법
제곱합 — 사이—둘을 더하면 100%
검산 (안+사이 = 전체)—같아야 한다
[안내] 프리셋 아홉 개가 비교함에 담긴 상태입니다. 아래층의 ‘안 ÷ 사이’가 2.07인지 먼저 확인하세요.

과제 ① — 표를 채운다

직업을 바꿔 가며 손대지 말고 그대로 세 줄을 읽어 적으세요. 네 번째 줄은 여러분이 만든 직업입니다. 값은 위층 통계 칸에 그대로 떠 있습니다.

직업노출도안쪽 폭후보 시간 몫(0.75) 먼저 넘어갈 업무끝까지 남을 업무
회계원
교사
간호사
내 희망 직업

표를 다 채웠으면 회계원과 교사의 ‘노출도’와 ‘후보 시간 몫’을 견주어 한 줄로 적으세요. 두 직업에서 그 두 값의 관계가 왜 이렇게 다른지가 오늘의 핵심입니다.

과제 ② — 문턱을 찾는다

교사를 고른 상태에서 후보 기준선을 0.75에서 0.05씩 내리며 후보 시간 몫이 처음으로 달라지는 값을 찾으세요. 그리고 이렇게 적습니다.

💡 적을 것

“교사의 후보 시간 몫은 기준선 0.75에서 25%였고, 기준선을 ___까지 내리자 ___%가 되었다. 새로 후보에 들어온 업무는 ___이고, 그 업무의 자동화 가능성은 ___이다.”
참고: 기준선을 0.60까지 내리면 45%가 됩니다. 그 사이에 문턱이 있습니다.

이 과제가 말하려는 것은 이렇습니다. 0.75라는 선은 자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은 것입니다. 선을 옮기면 ‘후보 시간 몫’이 바로 달라집니다. 그런데 노출도는 전혀 바뀌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짝과 이야기해 보세요.

과제 ③ — 반례를 만든다

지금까지 우리는 “직업 안의 편차가 직업 사이의 편차보다 크다”고 했습니다. 이 결론이 무너지는 상황을 여러분이 직접 만들 수 있는지 시험해 보세요. 아래 셋을 차례로 해 보고, 그때마다 아래층의 ‘안 ÷ 사이’ 값을 적으세요.

  1. 비교함을 두 직업만 남긴다 — 노출도가 가장 벌어진 회계원과 간호사만 담습니다. ‘사이’가 커질 테니 결론이 불리해질 것 같지요? 값이 얼마가 되는지 확인하세요.
  2. 한 직업의 모든 병목을 4점으로 — 업무마다 슬라이더 넷을 전부 오른쪽 끝으로 밉니다. 그 직업의 안쪽 폭은 얼마가 되나요? 이것은 ‘결론을 먼저 정해 놓고 점수를 매긴 답안’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 줍니다.
  3. 업무를 두 개만 남긴다 — [− 마지막 업무 지우기]를 업무가 둘 남을 때까지 누릅니다 (둘 아래로는 줄지 않습니다). 값이 비슷한 둘만 남기고 싶으면 남은 업무의 점수를 고쳐도 됩니다. 안쪽 폭이 ‘사이’ 폭 0.2788보다 작아지는 직업을 만들 수 있나요? 아홉 직업 중 몇 개에서 그렇게 되는지도 세어 보세요.
⚠️ 반례를 만들었다면 그것도 결과다

셋 중 어느 것으로든 ‘안 ÷ 사이’를 1 아래로 내렸다면, 그 사실을 그대로 적으세요. 다만 함께 적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 그렇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했는지입니다. 업무를 둘만 남기거나 점수를 전부 같게 만들어야 했다면, 그것은 “결론이 틀렸다”가 아니라 “이런 조건에서만 뒤집힌다”는 뜻입니다. 결과를 억지로 맞추지 말고, 나온 대로 적고 그 조건을 밝히는 것이 정직한 보고입니다.

💻

손으로 ② — 파이썬으로 아홉 직업을 한꺼번에 재기

해부대는 직업 하나를 자세히 보는 데 좋습니다. 그런데 아홉 직업 · 업무 57개를 한꺼번에 재고, 가정을 바꿔 가며 결과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보려면 코드가 편합니다. 아래 코드에는 빈칸이 다섯 곳(?????) 있습니다. 채우지 않고 실행하면 문법 오류가 납니다 — 정상입니다.

빈칸은 전부 오늘 본문에서 이미 말로 설명한 식입니다. 순서대로 이렇습니다.

  • ① 자동화 가능성 — 병목 합을 1에서 빼는 식. 2절의 계산 규칙 그대로입니다.
  • ② 노출도 — 시간 비중 × 자동화 가능성을 모두 더합니다. 단순 평균을 쓰면 오류가 나지 않고 조용히 틀립니다.
  • ③ 직업 안의 폭 — 가장 높은 업무와 가장 낮은 업무의 차이.
  • ④ 안쪽 제곱합 — 업무가 자기 직업의 평균에서 떨어진 거리를 제곱해 더합니다. 변수 이름을 잘 보세요. m은 그 직업의 평균, grand는 전체 평균입니다.
  • ⑤ 최대병목형 — 합이 아니라 가장 큰 병목 하나만 봅니다. 만점은 4입니다.

과제 ④ — 코드를 일부러 부순다

답이 맞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가정을 바꿨을 때 무엇이 흔들리고 무엇이 안 흔들리는지를 봐야 그 계산을 이해한 것입니다. 아래 다섯 중 셋 이상을 실제로 해 보고 공책에 적으세요. 전부 실제로 돌려 본 것이고, 다섯 중 넷은 오류가 나지 않습니다.

무엇을 바꾸나어디를무엇이 달라지나 (적으세요)
① 시간 비중을 두 배로어느 직업이든 시간 비중을 전부 2배
② 병목을 전부 4점으로한 직업의 모든 업무
③ 노출도를 단순평균으로빈칸 ②를 sum(...)/len(tasks)로
④ 제곱합에서 m 대신 grand빈칸 ④
⑤ 분모 16을 12로빈칸 ①
ℹ️ 우리가 미리 돌려 본 결과
  • ① 시간 비중 합이 2.00이 되면 노출도가 121.9%가 됩니다. 100%가 넘는데도 오류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코드가 시간 비중의 합을 먼저 찍습니다.
  • ② 모든 병목이 4점이면 노출도 0.0%, 안쪽 폭 0.00입니다. ‘내 직업은 절대 자동화 안 돼’라고 미리 정해 놓은 답안이 정확히 이 모습입니다.
  • ③ 단순평균으로 바꾸면 미용사 +8.7%p, 회계원 −6.3%p, 교사 +3.6%p. 오류는 나지 않습니다. 순위도 여섯 자리가 바뀝니다.
  • ④ grand를 쓰면 안쪽이 100.0%가 나와 결론이 더 세게 보입니다. 그런데 검산 줄에서 합이 3.1107 ≠ 2.8357로 어긋납니다. 검산 줄 하나가 유일한 방어선입니다.
  • ⑤ 분모를 12로 하면 노출도가 전체적으로 42.1∼78.7%로 옮겨 가지만, 안쪽이 90.4%로 결론은 바뀌지 않습니다.

④를 눈여겨보세요. 잘못 고쳤는데 결과가 더 좋아 보이는 경우입니다. 100.0%는 90.3%보다 훨씬 강력한 숫자니까요. 만약 검산 줄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오류를 알아채지 못한 채 “직업 안의 편차가 전부다”라고 발표했을 것입니다. 계산이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나올수록 검산을 더 해야 합니다.

과제 ⑤ — 내 희망 직업을 넣는다

코드의 MY_JOB 자리에 예시로 ‘웹툰 작가’가 들어 있습니다. 노출도 62.2%, 안쪽 폭 0.50, 먼저 넘어갈 업무는 마감 일정 관리(94%), 끝까지 남을 업무는 콘티·스토리 구상(44%)으로 나옵니다. 이 자리를 여러분의 희망 직업으로 바꾸세요. 해부대의 ‘내 직업 만들기’로 먼저 만들어 본 뒤 코드에 옮겨 적어도 됩니다.

채점 기준배점
① 업무를 5∼7개로, 동사로 끝나는 행위로 쪼갰나2점
② 시간 비중의 합이 1.00 인가 (±0.02)1점
③ 병목 네 칸을 모두 0∼4로 채웠나1점
④ 업무마다 점수 근거를 한 줄씩, 병목 이름과 이어 적었나3점
⑤ 먼저 넘어갈 업무 · 끝까지 남을 업무를 병목으로 지목했나2점
⑥ 내 직업 안의 폭을 계산해 프리셋 평균 0.58과 견주었나1점
④가 배점이 가장 큽니다. 숫자를 매기는 것보다 왜 그 숫자인지가 오늘의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뽑은 ‘끝까지 남을 업무’는 다음 5차시의 출발점이 되니 잘 적어 두세요.
📖

정리 — 오늘 손에 남은 것

오늘은 ‘그 직업 없어진대’라는 말을 계산할 수 있는 물음으로 바꾸는 법을 배웠습니다. 바꾸는 방법은 하나였습니다 — 직업을 업무로 쪼개는 것.

  1. 단위를 바꾸면 답이 바뀐다. 같은 물음에 47%와 9%가 나온 것은 한쪽이 틀려서가 아니라 직업으로 셌느냐 업무로 셌느냐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숫자를 인용할 때는 그 숫자가 무엇을 단위로 잰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2. 자동화를 막는 것은 네 가지다. 창의적 문제 정의 · 대인 공감 · 비정형 손기술 · 책임지는 판단. 이 중 넷째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가 만드는 병목입니다.
  3. 직업 ‘안’이 직업 ‘사이’보다 넓게 갈린다. 세 가지 방법 모두 같은 방향이었고(2.07배 · 9.3배 · 5.30배), 안쪽이 가장 좁은 직업조차 직업 사이의 폭보다 넓었습니다. 다만 ‘몇 배’는 재는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4. 노출도는 ‘사라질 확률’이 아니다. 교사는 노출도 60.9%인데 기준선 0.75를 넘는 업무의 시간 몫은 25%였습니다. 35.9%포인트 차이입니다. 평균 하나를 확률로 읽으면 이렇게 틀립니다.
  5. 소멸 · 증강 · 탄생은 한 직업 안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회계원의 감사 대응 업무는 시간 몫이 8%에서 53%로 커집니다. 직업 이름은 그대로인데 하는 일이 바뀌는 것 — 이것이 업무 재배치입니다.
  6. 계산은 예언이 아니다. 기술적 가능성 · 도입 비용 · 규제와 책임 · 사회적 수용 네 문이 다 열려야 실제로 바뀝니다. 우리 계산은 첫 번째 문 하나만 잰 것입니다.
  7. 가정을 밝히지 않은 숫자는 거짓말이 된다. 병목을 넷으로 잡은 것, 분모 16, 기준선 0.75, 업무마다 매긴 점수 — 전부 우리가 정했습니다. ‘합산형’을 ‘최대병목형’으로만 바꿔도 아홉 중 일곱 자리의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ℹ️ 다음 시간으로 무엇을 가져가는가

오늘 여러분이 뽑은 ‘끝까지 남을 업무’가 5차시의 입력이 됩니다. 5차시에서는 그 업무를 지키는 병목을 역량으로 바꾸어,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생길 일자리와 견주어 봅니다. 오늘 “무엇이 남는가”를 재었으니, 다음에는 “남는 것에서 무엇을 지을 것인가”를 다룹니다. 오늘 얻은 노출도 표와 ‘남을 업무’ 세 개를 꼭 챙겨 두세요. 그리고 오늘 3∼5위가 사실상 동점이었던 것처럼, 5차시의 추천 순위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그때 다시 짚겠습니다.

✅

확인 문제

✍️ 문제마다 답을 쓰고 제출하기를 누르세요. 제출하면 모범 답안이 열리고, 제출한 답은 선생님께 전달됩니다.

1. 교사의 업무 중 채점은 0.9375이고 개별 상담은 0.3750입니다. 같은 직업 안에서 이렇게 갈리는 까닭을 네 병목의 점수를 들어 설명하세요. 그리고 이 갈림이 ‘교사는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왜 무의미하게 만드는지 한 문장으로 쓰세요.
📖 모범 답안

채점은 네 병목의 합이 1점(창의 0 · 공감 0 · 손기술 0 · 책임 1)입니다. 답이 정해져 있고, 사람의 마음을 읽을 필요도, 몸을 쓸 일도 없습니다. 남은 것은 성적에 이름을 거는 책임 1점뿐이라 1 − 1/16 = 0.9375가 나옵니다.

개별 상담은 합이 10점(창의 2 · 공감 4 · 손기술 0 · 책임 4)입니다. 학생마다 사정이 다르고,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정해야 하며(창의), 무엇보다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공감 4). 잘못 다루면 학생이 다치므로 책임도 4점입니다. 1 − 10/16 = 0.3750입니다.

그래서 ‘교사는 안전한가’는 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0.94짜리 업무와 0.38짜리 업무를 한 덩어리로 묶어 놓고 하나의 답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답할 수 있는 질문은 “교사의 어떤 업무가 먼저 넘어가고 어떤 업무가 남는가”입니다.

2. (오늘 해부대에서 얻은 결과) 해부대에서 회계원 · 교사 · 간호사의 노출도와 후보 시간 몫(기준선 0.75)을 적으세요. 그리고 교사에서 두 값이 크게 벌어진 까닭을 교사의 업무 목록을 근거로 설명하세요.
📖 모범 답안

회계원 84.0% / 85% (차이 +1.0%p) · 교사 60.9% / 25% (차이 −35.9%p) · 간호사 56.1% / 38% (차이 −18.1%p).

교사에서 벌어진 까닭: 교사의 여섯 업무 중 0.75를 넘는 것은 채점(0.94)과 행정(0.94) 둘뿐이고, 이 둘의 시간 몫을 더해도 10% + 15% = 25%입니다. 나머지 넷 — 수업 설계(0.62) · 수업 진행(0.50) · 학부모 소통(0.50) · 개별 상담(0.38) — 은 전부 기준선 아래에 있으면서 시간의 75%를 차지합니다. ‘중간쯤 자동화되는 업무’가 많으면 평균은 올라가지만 선을 넘는 업무는 적습니다.

회계원은 반대입니다. 일곱 업무 중 다섯이 0.75 이상이고 0.75 미만은 감사 대응(0.44)과 이상 거래 확인(0.56) 둘뿐이라, 두 값이 거의 같아집니다. 즉 노출도와 후보 시간 몫이 맞아떨어지는 정도는 직업마다 다릅니다. 노출도 하나만 보고 “이 직업의 60%가 없어진다”고 말하면 교사에서 35.9%포인트를 틀리게 됩니다.

3. (오늘 돌린 코드의 결과) 코드 【6】에서 병목을 더하는 방식(합산형) 대신 가장 두꺼운 병목 하나만 보는 방식(최대병목형)으로 바꾸면 순위가 몇 자리 바뀌는지와 요리사의 값이 어떻게 되는지를 적으세요. 그리고 이 결과가 ‘숫자를 인용할 때의 규칙’에 대해 무엇을 말해 주는지 쓰세요.
📖 모범 답안

아홉 직업 중 일곱 자리의 순위가 바뀝니다. 그대로인 것은 1위 회계원과 2위 택시기사뿐입니다. 요리사는 62.9% → 20.8%로 떨어지며 3위에서 8위가 됩니다. 반대로 변호사는 7위에서 3위로 올라옵니다. 업무 57개 중 17개가 ‘절반(0.5)’ 선을 건너뛰었습니다.

왜 요리사가 이렇게 떨어지나: 요리사의 조리 업무는 손기술 병목이 4점입니다. 합산형에서는 나머지 셋이 낮아 1 − 8/16 = 0.50이 나오지만, 최대병목형에서는 1 − 4/4 = 0.00이 됩니다. ‘막는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못 넘어간다’고 보느냐가 이만큼을 바꿉니다.

규칙: 같은 데이터, 같은 점수인데 가정 하나를 바꾸자 값이 세 배로 달라졌습니다. 그러므로 “요리사의 자동화 노출도는 62.9%”라고만 적으면 안 됩니다. “병목을 더할 수 있다고 보았을 때 62.9%”처럼 가정을 함께 적어야 합니다. 가정을 떼고 숫자만 옮기는 순간 그 숫자는 거짓이 됩니다.

4. 자기 희망 직업에서 끝까지 남을 업무 하나를 고르고, 그것을 지키는 병목이 넷 중 무엇인지 지목하세요. 그리고 그 병목이 10년 뒤에도 여전히 두꺼울지, 얇아질 수 있다면 무엇 때문일지 한 문단으로 쓰세요.
📖 모범 답안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다만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이 셋 있습니다 — (1) 업무 이름과 그 자동화 가능성 값, (2) 병목 이름과 그 점수, (3) 10년 뒤에 대한 판단과 근거.

예시(웹툰 작가): 끝까지 남을 업무는 콘티·스토리 구상(0.44)이고, 지키는 병목은 창의 4점입니다. ‘무엇을 그릴지’를 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병목은 얇아질 수 있습니다 — 생성 도구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독자가 ‘누가 만들었는지’를 덜 따지게 되면 창의 병목의 값 자체가 내려갑니다. 즉 이 병목을 지키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라 사회적 수용이라는 네 번째 문입니다.

피해야 할 답: “사람의 감성은 AI가 절대 따라올 수 없다”처럼 근거 없이 단정하는 문장입니다. 그런 답은 병목을 미리 4점으로 정해 놓은 것이고, 그렇게 매기면 노출도는 0.0%가 나옵니다 — 부수기 과제 ②에서 본 그 모습입니다.

5.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한데 아직 그대로인 업무를 하나 들고,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이 도입 비용 · 규제와 책임 · 사회적 수용 중 무엇인지 고르세요. 근거도 함께 쓰세요.
📖 모범 답안

여러 답이 가능합니다. 아래는 본문에 나온 것들로 든 예시입니다.

도입 비용: 전표 입력은 우리 계산에서 자동화 가능성 1.00입니다. 그런데 작은 가게에서는 여전히 손으로 합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값과 배우는 데 드는 시간이 사람이 직접 하는 것보다 비싸기 때문입니다.

규제와 책임: 방사선사의 판독 1차 소견은 0.75로 높지만, 그 소견에 이름을 걸 사람이 제도적으로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책임 3점으로 매겼습니다. 기술이 아니라 제도가 그은 선입니다.

사회적 수용: 택시의 운전 조작은 0.75인데, 사람들이 실제로 운전자 없는 차에 타는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같은 직업의 돌발 상황 대처(0.31)가 남아 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 사람이 원격으로 지켜보는 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답이든 “기술적으로 가능하다”와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다른 문장이라는 것을 보여 주면 됩니다.

6. [O / X] “자동화 노출도가 높게 나온 직업은 반드시 임금이 떨어진다.” O인지 X인지 고르고, 오늘 만든 계산을 근거로 까닭을 쓰세요.
📖 모범 답안

X 입니다. 다만 “임금이 오른다”가 맞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계산으로는 임금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정확한 답입니다.

까닭 하나 — 임금은 우리 모형의 변수가 아니다. 오늘 우리가 넣은 것은 업무 이름 · 시간 비중 · 네 병목 점수, 이렇게 셋뿐입니다. 임금도, 사람 수도, 일자리 수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모형에 없는 변수에 대해 결론을 내는 것은 계산이 아니라 짐작입니다.

까닭 둘 — 반대 방향 사례가 실제로 있다. 현금을 내주는 업무는 기계로 넘어갔지만, 미국의 은행 창구직원 수는 2000년 이후 정규직 환산 기준으로 연 2.0%씩 늘었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Bessen, 2016). 같은 연구는 바코드 스캐너 도입 뒤 계산원이 늘고, 전자증거개시 소프트웨어 도입 뒤 법률보조원이 는 사례도 듭니다. 업무가 사라지는 것과 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까닭 셋 — 노출도 자체가 ‘사라질 확률’이 아니다. 교사의 노출도 60.9%는 ‘60.9%가 없어진다’가 아니라 ‘업무들이 평균적으로 그 위치에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뜻이 그러한 값에서 임금 결론을 끌어내면 두 번 틀리는 셈입니다.

🔁 되돌아보기

오늘 직업 아홉을 업무 57개로 쪼개어 점수를 매기고, 직업 안의 편차가 직업 사이의 편차보다 넓다는 것을 세 가지 방법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내 희망 직업을 직접 해부해 ‘먼저 넘어갈 업무’와 ‘끝까지 남을 업무’를 뽑았습니다. 공책을 덮기 전에 한 줄만 적으세요 — “오늘 내가 매긴 점수 중에서 가장 자신 없는 점수 하나와, 왜 자신이 없는지.” (예: “공감 3점 — 짧은 대화도 공감으로 쳐야 할지 몰라 2점과 3점 사이에서 망설였다”)
다음 시간에는 오늘 뽑은 ‘끝까지 남을 업무’에서 거꾸로 출발해, 10년 뒤의 이력서를 지어 봅니다.

🔎

더 알아보기

통째로 사라진 드문 직업, 47%가 나온 계산의 속, 그리고 내 직업의 업무 목록을 구하는 곳

철망 문이 달린 옛 엘리베이터 칸 안에 안경 쓴 노인 운전원이 서 있다. 칸 안 벽에는 사진 액자와 최대 적재량 표지가 붙어 있다
역사

직업 270개 중 사라진 단 하나 — 엘리베이터 운전원

본문의 ATM 사례를 조사한 베슨(Bessen, 2016)은 1950년 미국 인구조사에 올라 있던 세부 직업 270개를 하나씩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중 자동화 때문에 통째로 없어진 직업은 하나뿐이었는데, 바로 엘리베이터 운전원이었습니다. 나머지 직업들은 줄거나 늘거나 모습이 바뀌었을 뿐 이름은 남았습니다.

왜 하필 이 직업일까요? 오늘 배운 눈으로 보면 답이 보입니다. 엘리베이터 운전원의 일은 사실상 ‘칸을 움직여 층에 세우기’라는 업무 하나였습니다. 업무가 하나뿐이면 안쪽 폭이 0이라 그 업무가 넘어가는 순간 직업 전체가 함께 넘어갑니다. 업무가 여럿인 직업은 넘어간 업무의 자리를 남은 업무가 채웁니다.

그런데 이 일조차 기술이 나오자마자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운전원 없이 단추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는 이미 20세기 초에 있었지만, 사람들은 오랫동안 운전원 없는 칸에 타기를 꺼렸습니다. 1945년 뉴욕에서 운전원들이 파업해 큰 건물들이 멈춘 일이 계기가 되어서야 건물주들이 자동 엘리베이터로 옮겨 가기 시작했고, 전환은 1950년대 내내 이어졌습니다. 탈 사람들을 안심시키려고 칸 안에는 비상 정지 단추와 비상 전화가 붙었습니다. 본문의 네 문 가운데 사회적 수용이 가장 늦게 열린 셈입니다. 사진처럼 옛 건물 몇 곳에는 지금도 운전원이 있는 엘리베이터가 남아 있습니다.

사진: 미국 미주리주 카시지 법원 건물의 옛 엘리베이터와 운전원 · 출처: Grey Wanderer,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프레이·오즈번(2013) 이 차시 지각과 조작 창의적 지능 사회적 지능 짝이 없다 비정형 손기술 창의적 문제 정의 대인 공감·설득 책임지는 판단 위의 셋은 기술이 넘을 벽, 넷째는 제도가 세운 벽 47%는 직업 단위로, 9%는 업무 단위로 잰 값
원리 더 깊이

47%는 어떻게 나왔나 — 병목 셋과 직업 702개

여는 장면의 47%를 낸 프레이와 오즈번도 오늘 우리처럼 병목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들이 꼽은 병목은 셋 — 지각과 조작, 창의적 지능, 사회적 지능이었습니다. 그림처럼 우리의 병목 넷 중 앞의 셋과 거의 짝이 맞습니다. 우리가 따로 더한 것은 넷째인 책임지는 판단으로, 기술이 아니라 제도가 만드는 벽입니다.

계산 방법은 달랐습니다. 연구진은 먼저 직업 70개를 골라 ‘자동화할 수 있다 / 없다’를 사람이 직접 표시하고, 미국 노동부의 직업 정보 데이터베이스 O*NET에서 병목과 관련된 항목들을 뽑아, 이 표시를 배운 모형으로 모두 702개 직업의 확률을 매겼습니다. 단위가 끝까지 직업 하나였으므로, 고위험으로 분류된 직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통째로 고위험에 들어갔습니다.

3년 뒤 OECD 연구진은 OECD 성인역량조사(PIAAC)에서 사람마다 실제로 하는 업무를 답한 자료를 썼습니다. 같은 직업 이름이라도 사람마다 업무 구성이 다르다는 점을 계산에 넣자 9%가 나왔지요. 두 연구의 차이는 병목을 무엇으로 보았느냐보다 무엇을 한 단위로 셌느냐에서 나왔습니다.

① 직업 정보 찾기 한국직업사전 · 커리어넷 · O*NET ② 수행 직무 → 업무 5~7개 동사로 끝나는 행위로 다시 쓴다 ③ 시간 비중 어림하기 자료에 없는 칸 — 직업인에게 묻는다 ④ 병목 네 칸 + 근거 한 줄 → 노출도 · 안쪽 폭 · 남을 업무
진로

내 희망 직업의 업무 목록은 어디서 구하나

과제 ⑤에서 업무를 5~7개로 쪼갤 때 머릿속 짐작만으로 쓰면 눈에 잘 띄는 업무만 적기 쉽습니다. 교사를 떠올리면 수업만 생각나고 공문 처리는 빠지는 식이지요. 그래서 먼저 공개된 직업 정보를 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내는 한국직업사전은 직업마다 하는 일을 한 문장으로 줄인 직무개요와, 실제로 하는 일을 차례로 늘어놓은 수행직무를 싣고 있습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운영하는 커리어넷은 학생 눈높이로 하는 일과 필요한 능력을 소개하고, 미국의 O*NET은 직업마다 업무(Task) 목록을 중요도와 함께 보여 줍니다 — 앞 카드의 47% 연구가 쓴 바로 그 자료입니다.

다만 이런 자료에도 업무마다 근무 시간의 몇 %를 쓰는지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그림의 분홍 칸이 여러분이 스스로 채워야 하는 자리입니다. 가까운 어른이나 그 직업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하루를 무엇에 가장 오래 쓰세요?”라고 물어보세요. 그 대답 하나가 코드 【8】에서 본 것처럼 병목 점수 못지않게 결과를 흔듭니다.